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5일간의 대혈투가 시작됐다.”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는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궐위 선거다. 전례 없는 선거인 탓에 가변적인 대선 변수가 판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결정’ 불복이 대선 초반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샤이 보수층’(보수 성향 유권자 중 표심을 숨기는 유권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 △‘문재인 대세론’ △제3지대 빅텐트 등이 대선 정국을 관통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르면 14일 국무회의에서 ‘5월9일’을 대선일로 지정키로 했지만, 중대 안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15일∼17일 국무회의 논의를 거치키로 했다. 대선일 공고 데드라인은 오는 20일(공직선거법 제35조1항)이다. 다만 정부가 대선일(5월9일) 잠정 지정함에 따라 55일간(3월15일 기준)의 장미 대선의 출발 총성은 울렸다.
◆朴 ‘사저 정치’, 자충수 우려…왜?
‘장미 대선’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다.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의 ‘사저 보좌팀’을 만들었다. 총괄 업무는 친박(친박)계 맏형과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맡고 정무는 윤상현·조원진·이우현 의원, 법률은 김진태 의원, 수행 업무는 박대출 의원(이상 자유한국당)이 담당한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 이면에는 정치적 불능에 빠진 친박계의 세력화를 꾀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샤이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지느냐다. 보수층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양분된 상태다.
헌재 결정 직전 ‘한국갤럽’의 3월 둘째 주 정례조사(2월 28일과 3월 2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 대상, 휴대전화 임의걸기 전화인터뷰 방식, 95% 표본오차에서 ±3.1%포인트, 응답률 2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 보수층의 50%는 탄핵에 찬성했다.
박 전 대통령의 헌재 불복 메시지가 보수층이 결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샤이 보수층’을 은둔형 유권자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를 놓고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자에게 박 전 대통령의 불복 메시지와 관련해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정치권에서 헌재 불복이니, 아니니 각을 세우지 않는 게 국민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좌우 의미 없는 대선…“文 vs 反文 대결”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그는 한국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달리는 유력한 대권주자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맞대결을 통해 보수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홍 지사 이외 다수가 친박 일색인 상황에서 지지율 1위와 여권 비주류 홍 지사의 맞짱 승부는 한국당 기사회생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공정한 대선 관리 등의 중책을 맡은 ‘심판’이 직접 등판하는 ‘선수’로 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황 권한대행을 배려한 경선 룰 특례조항을 둘러싼 타 후보들의 반발도 난제다. 한국당 후보 적합도는 높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보수 분열의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다. 이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제3지대 빅텐트와 맞물려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정치권이 임기 단축 개헌을 매개로 이합집산에 나선다면, 대선 정국이 ‘문(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구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제3지대 빅텐트는 원외 개헌세력인 김 전 대표를 필두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 바른정당의 1차 빅텐트, 국민의당과의 2차 빅텐트 등 연쇄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문 전 대표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 수 있느냐가 변수인데, 역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제3지대 구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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