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이하나 “‘보이스’, 제게 멋진 별장 하나 생긴 기분이예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주말극 '보이스'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을 열연한 배우 이하나가 서울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e-mail]]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배우 이하나는 매우 신중하다. 숨소리 하나 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대중들은 그의 연기에 집중한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는 배우다.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골든타임팀을 만든 강권주 센터장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하나는 ‘보이스’ 속 강권주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작업이었어요. 0의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는데 주변에 연기 하는 친구가 저를 잘 만들어줬습니다. 0의 상태에는 굉장히 재밌던 작업이었어요. 새로웠고요. 시간으로 친다면 인생 캐릭터가 맞는 것 같아요. 여전히 ‘보이스’의 여운속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하나에게 ‘보이스’는 데뷔 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르물이었다. 거기에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니. 그를 떠올릴 때면 따라다니던 ‘메리대구 공방전’(2007년)을 지울만큼 뇌리에 강하게 남는 역할이다. 그만큼 이하나는 촬영하는 기간 동안은 오롯이 ‘강권주’였다.

“항상 작품을 끝나면 이제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돌아오는 집이 본가라면 ‘보이스’는 작은 별장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세련된 별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별장의 일원으로 있던 게 너무 좋았습니다.”

‘세련된 별장’이라고 빗댈만큼 ‘보이스’는 그에게 새로운 작업이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어두운 색채의 드라마를 작업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특히 실화가 모티브인 사건들을 다루면서 연기에 집중하는 게 힘들었다. 그럼에도 함께 했던 스탭들 덕분에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주말극 '보이스'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을 열연한 배우 이하나가 서울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e-mail]]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을 봤었어요. 거기서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래 희망이 있지’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연기했죠. 어떤 때는 실제와 유사한 사건을 다룰 때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매회 에피소드들이 위안을 주는 면도 있고 또는 구해지지 못한 피해자들에게는 안타까움이 됐을 거예요. 연기하면서 그런 두가지 마음 사이에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의 웃는 씬도 없고 맨날 빠르고 긴박하고 걱정하고 싸우고. 그런 씬들이 많았죠.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 연기를 안쓰럽게 봐주셨는지 스탭 분들이 제게 웃음을 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카메라 감독님께서 손을 높이 뻗어서 제게 인사를 건네주셨죠. 최근 쫑파티 때도 똑같이 인사를 해주셨는데 왠지 뭉클했어요. 제가 현장이 나이면 사람들과 부딪히고 할 일이 없잖아요. 그런 위안을 받는 일도 제게는 참 귀한 일이었어요. 작은 일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이하나의 강권주 역할이 더욱 의미 있는 건 바로, 여배우가 표현해 낼 수 있는 역할의 한계를 깼다는 점이다. 늘 남성들이 주체가 됐던 역할이 아닌 강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냈던 강권주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남성들 사이에서 우뚝 서 있는 여성 캐릭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제게는 강권주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데이터는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저를 믿어주셨죠. 잘 들을 것 같은 인상이 따로 있다고 하시면서요.(웃음) 예쁘다는 표현보다 더 기분이 좋았어요. 제게는. 물론 거의 매 씬이 도전이었었고, 한 번도 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릴도 있고 쾌감도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아쉬움도 따라오더라고요. 하지만 강권주 역할을 하면서도 여성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남성들 보다 좀 더 섬세한 점이랄까요. 또는 신고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든가 하는 거요. 감독님께서 가장 좋아해주셨던 사건 에피소드가 바로 아람이 사건 때였어요. 아이를 달래주는 부분들이, 여성이 남성들의 사회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해낸다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으셨다고요. 그래서 작가님도 극중 무진혁(장혁 분)이 불 같다면 강권주는 물 같다고 하셨어요. 소재도 무궁무진해서 작가님이 엄선해서 에피소드를 골라주셨는데 늘 설레고 기대됐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주말극 '보이스'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을 열연한 배우 이하나가 서울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e-mail]]

설레고 기대되는 작업이었지만 부담감도 있었다. ‘센터장’이라는 직책은 책임감이 따랐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에 없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떤 배우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일 터.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제가 현장을 좋아하는데 제가 아닌 모습이 나올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웃음) 스탭분들의 뜨거운 노력 안에서 저까지 덩달아 절실함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재밌었고요.”

오히려 극중 강권주에게서 배운 것도 많다는 이하나다.

“제가 원래는 한 3초의 적막도 못 견디는 사람이에요. 연기를 할 때도, 늘 1~2초만 버티자라고 하는 스타일이죠. 그걸 못 참는 게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강)권주 덕분에 묵직함이나 불안해하지 않는 침착함을 경험해봤어요. 3초 정도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권주처럼 침착하거나 카리스마 있는 편은 아니에요. 실제로는 장난도 좋아해요.(웃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골든타임 팀의 센터장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112 센터를 직접 방문하며 그들의 일상을 살피며 연기에 녹여냈다. 그리고는 112 센터에 계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거기에 계신 분들에게 긴박했던 사례들을 이야기 듣기도 했죠. 제가 질문했던 것 중에 참 바보 같았던 질문이 ‘언제가 가장 보람되느냐’였어요. 정말 생각도 안 하시고 ‘검거했을 때’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의 경우는 대본을 보고 연기만 했을 뿐인데도 가끔 악몽을 꾸는데 실제로 매일 그런 상황들을 접하는 대원 분들은 불안함과 불편함의 면역성이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정말로 감사한 분들이었어요.”

자신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 된 ‘보이스’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이하나는 또 한 번 장르물에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즌2요? 일단은 감독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또 다시 해도 괜찮은지요. 별장 주인한테 먼저 여쭤 보는 게 맞잖아요.(웃음) ‘보이스’는 제게 너무 멋진 별장 같은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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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주말극 '보이스'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역을 열연한 배우 이하나가 서울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