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 [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지난 2002년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 배우 김기남.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가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한건 20년 전이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였죠. 학교에서 겨울 방학 보충수업을 하는데 땡땡이를 친 적이 았거든요. 그때 선생님께 걸려서 엄청 혼이 났죠. 부모님을 데리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를 모시고 갔는데, 아버지가 학교를 다녀오시고 난 뒤에 제게 ‘공부를 하기 싫으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는 ‘공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중학교 올라오니 교육 체계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했죠.(웃음) 그리고 아버지께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로 정확히 20대를 맞았습니다. 땡땡이를 쳐서 잘 못한 거니까요. 저를 다 때리시고 나서, 갑자기 아버지께서 ‘너가 맞은 만큼 때려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었죠. 한 30분을 안 때리겠다고 버텼는데, 안 때리면 제가 맞은 만큼 또 때리신다고 하셨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20대로 때리게 됐어요. 그리고는 제게 ‘뭐하고 싶냐’고 물으셨어요. 그때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연기가 하고 싶다’고 했죠.(웃음) 당시에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한 이야기였는데, 아버지께서 이제 공부하지 말고 연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바로 제 고향이 춘천인데 춘천에 있는 한 극단의 대표님께서 저희 아버지와 친분이 있으셔서 극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원래 미성년자는 안 받는데 아버지 지인이셔서 제가 극단에 들어가게 됐죠. 한 학기에 두 작품씩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그렇게 연기 내공을 쌓았어요. 진짜 소위 20대 맞고 제 인생이 바뀌었죠. 하하하.”
김기남 말처럼 아버지가 때리셨던 20대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다행히도, 연기가 소질이 있었던 김기남은 예술대학교에 진학해 연기 전공을 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우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릴 적 부터 극단에서 연기 공부를 하며 실력을 쌓았지만, 높은 인지도를 누리지는 못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명’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어울릴지 모르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길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됐고, 그렇게 될거라 믿었고 연극을 해왔으니까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아이가 있는데 그 친구가 중, 고등학교 때 운동만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개그맨 시험을 보더니 27살에 개그맨이 된거예요. 그것도 아주 유명한 개그맨이요. 학창시절엔 제가 그 친구보다 더 웃겼는데...(웃음) 분야는 다르지만 그 친구와 함께 춘천을 가면 그 친구를 알아본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하는데 저는 괜히 자괴감도 들더라고요. 더 자극 돼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김기남이 언급했던 개그맨은 바로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강재준이다. SBS ‘웃찾사’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강재준은, 김기남의 어린시절 부터 함께 해온 둘도 없는 친구다.
김기남의 실제 성격은 모두 예상했듯이 매우 유쾌하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웃고 떠드느라 1시간은 모자를 정도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노트북을 덮고도 1시간의 수다가 더 이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연예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친화력이 그가 가장 큰 무기이자 매력이다. 그래서 주변엔 늘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정경호, 고규필, 김기두. 친한 배우들이죠. 제가 ‘라디오스타’를 한 회도 안 빼놓고 보거든요? 재방송도 정말 잘 챙겨보고요. 아마 배우 중에 ‘라디오스타’ 한 회도 안 빼놓고 보는 사람은 저 뿐일거예요.(웃음) 그런 프로그램에 (김)기두가 나가게 됐고, 이후에 잘된 걸 보니 정말 너무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이 친구들에게 인간적으로나 연기적으로 정말 많이 배우는 친구들이에요.”
배우가 가장 잘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니. 대부분은 어떤 영화 혹은 드라마, 작품을 챙겨보고 자신의 연기 철학을 나열하며 소위 있어 보이려는 배우라기보다, 김기남은 항상 옆에 있는 친구 같은 배우의 느낌이 강했다. 어쩌면 15년이라는 시간을 이 혹독하고 차갑고 냉정한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친근함에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김기남이 가볍기만 한 배우는 아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소신은 누구보다 뚜렷했다. 특히 “(오)정세 형을 본받고 싶어요”라며 문득, ‘미씽나인’에서 함께 연기한 오정세에 대해 언급했다.
“정세 형은 연기도 연기지만 인간적인 면을 너무 닮고 싶어요. 형수님과 19년을 연애하고 결혼하셨잖아요. 그런 면도 본받고 싶고, 많은 대중 분들이 모르실 수는 있겠지만 정세 형은 배우로는 정말 엄청 높게 평가 받고 있는 분이시죠. 롤모델은 성동일 선배님, 하정우 선배님이에요. 정말 다양한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잘 챙겨보는데 김구라 선배님 꺼는 무조건 다 챙겨보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권유했다. ‘라디오스타’에 꼭 나가보라고.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할 김기남의 매력을 꼭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본인만의 오지랖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기남과 함께하는 시간은 필요 이상으로 유쾌하고, 흥미로웠다. ‘개그맨 할 생각이 없냐’는 기자의 우문에도 “배우가 좋아요”라며 현답을 던진 그에게 물었다. 20년이란 시간을 연기에 미치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이냐고.
“제 생각에 감독이 하는 일은 ‘무엇’을 하라고 던져주는 사람이고, 배우는 그걸 ‘어떻게’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집에서 연구하고 현장을 갔을 때 이 상황에선 이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연구하는 게 잘 만들어지고 연기될 때 희열을 느끼더라고요. 거기에 잘 되면 돈도 많이 벌잖아요. 하하하.”
그리고 김기남은 말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배우는 제게 천직이에요”라고.
“대중들이 채널을 돌리면 ‘어? 김기남 나오네?’하면서 보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른 배우들이 예술적인 부분에 심오한 이야기로 ‘어떤 배우가 되겠다’ 이런 게 아니라. 많은 대중들이 찾아주고 눈이 가고 보게끔 만들고 좋아해주고 어려워하지 않는 배우요.(웃음)”
꽤 오래 걸렸다. 생애 첫 인터뷰를 하기까지. 꼬박 데뷔 후 15년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던 배우 김기남과 마주했던 시간은 기자에게도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에너지를 가득 품은 배우 김기남.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가 ‘미씽나인’을 통해서 많이 알려졌잖아요. 사실 극 중 병주라는 배역은 없던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위 배우분들의 도움도 컸고요. 제가 애드립 연기를 했을 때 받아주지 않으면 분위기가 안 좋거든요. 그런데 정세 형과 경호, 그리고 여배우인 백진희 씨의 경우도 제 애드립을 당황하지 않고 많이 받아주셨죠.(웃음) 지금껏 작품하면서 여주인공이 제게 말을 걸어준 적이 거의 없는데, 진희 씨가 정말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미씽나인’은 제게 시청률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이제 혼자가 아닌 매니지먼트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됐으니, 차기작은 회사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 주실거에요.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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