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학생인·인권 변호사·'노무현 비서실장'에서 19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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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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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이 걸어 온 길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김효곤 차장]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는 재벌 대기업이 없는 공정한 나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정부", "세월호 아이들을 잊지 않는 대통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마지막 유세전을 펼치던 광화문 광장에서 한 약속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문재인 신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 뒤 절치부심했던 5년을 거쳐 2017년 제19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정치인의 길을 걸은 뒤부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꼬리표가 늘 그를 따라다녔고, 보수 진영으로부터 안보관을 공격받았지만 정면돌파로 길을 헤쳐나왔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상처 받은 국민을 치유하고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고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당선 전 "경제를 살리는 경제 대통령, 일자리 대통령, 국민의 삶을 바꾸는 대통령, 그것으로 평가받겠다"고 외쳤던 그가 노무현의 벽을 뛰어넘고 '제3기 민주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끄느냐에 그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한국 사회의 명운이 달렸다. 


◆ 가난한 어린 시절…운동권 학생으로

문 대통령은 6·25전쟁 중인 1953년 경남 거제도의 한 피란민 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문용형씨와 어머니 강한옥씨 사이의 2남 3녀 중 장남이었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시청 농업과장이었던 아버지는 6·25전쟁 '흥남 철수' 때 월남했다. 문 대통령은 어린 시절을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궁핍했다'고 회고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어린 시절 연탄 배달을 하고 때로는 성당에서 나눠주던 구호물자를 받으며 생활했다.

공부는 곧잘 했다. 부산의 명문이었던 경남중·경남고를 나왔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실제로 중·고교 때 별명이 '문제아'였다. 이름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기도 하지만 술·담배를 입에 대고 정학도 당한 문제 학생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유 있는 반항' 이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때 빈부격차가 확연한 교내 분위기를 보면서 불공평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역 명문을 나온 그는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대에 4년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대학 입학 후엔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3학년이던 1974년 교내 첫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가 경찰에 붙들렸다. 서대문 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학교에서도 제적됐다. 

◆ 인권변호사의 길로

그는 석방 이후 강제 징집돼 특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됐다. 당시 여단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대대장은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었다. 6주간의 특수전 훈련을 마치면서 최우수 표창을 받았는데 이때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는 31개월 만기 제대했고 1980년 복학한 뒤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 '서울의 봄'을 거치는 동안 다시 계엄령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같은 해 6월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시위 경력 때문에 원하던 판사의 길을 걷지 못했다. 판사 임용에서 탈락한 그는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대형 법률사무소의 스카우트 제의를 마다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 동업을 결정하고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렸다.

이후 두 사람은 각종 민주화 운동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부산 지역 재야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고, 6월 항쟁 선봉에 서기도 했다. 부산국민운동본부를 조직해 매일 가두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이때 잠시 갈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권유를 받고 13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그는 변호사로 남았다. 그러다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뒤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노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 정계 입문부터 2012년 패배와 재도전까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해 노 전 대통령은 그에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맡겼다. 초대 민정수석 1년 동안 그는 격무에 시달렸다. 건강도 많이 상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던 이를 10개나 빼고 임플란트를 해 넣었다.

그는 1년 여 만에 청와대를 떠나 히말라야 여행을 하던 중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했다. 변호사 자격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변론했다. 탄핵안이 기각된 이후 2004년 5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복귀해 2005년 다시 민정수석,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 퇴임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세종로소공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참여정부 임기가 끝난 후엔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는 재단법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정치의 길에 발을 들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풍(盧風)이 불면서 친노(친노무현)계는 문재인을 중심으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건 2012년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부터다. 그는 그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확정돼 제18대 대선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다. 대선 패배 후 백의종군을 자처했던 그는 2014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대권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비노(비노무현)·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이 그를 '친노 패권주의'라고 공격하며 연쇄 탈당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경제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영입한 것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그의 승부수였다. 김 전 대표의 지휘 하에 치른 민주당 총선은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당의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하면서 호남의 '문재인 비토' 정서가 그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남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고, 결국 '촛불 민심'이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면서 문풍(文風)은 거세졌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쟁쟁한 후보들과 당내 경선에서 경쟁하면서도 '문재인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었다.

대선 행보에서 큰 장애물이었지만 대선을 준비하며 "다시는 '호남 홀대'라는 말 안 나오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호남 민심은 흔들렸다. 2017년 5월 8일, 호남민의 최종 선택은 결국 문재인이었다.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제압하며 확실한 국민적 지지를 입증했다.

◆ '개혁·통합 대통령' 내걸고 당선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시작된 공식 선거 운동 기간 호남권과 영남권, 충청권, 수도권을 골고루 찾아다녔다. 인사에서부터 지역 균형발전까지 대통합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9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내놓은 첫 소감도 개혁과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과 통합 그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가난한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나 운동권 학생으로 성장,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다 참여정부 실세 자리까지 오른 그는 이제 대통령이 돼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됐다. 대학생 시절 민주주의를 지키려 투신하고, 이후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뛰었던 경험이 오늘날 문재인을 만들었다. 
 
확실한 적폐 청산과 양극화 해소, 국가 대개조라는 민심의 명령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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