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양국 정상의 동상이몽…재협상 현실화 시 후폭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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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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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놓고, 양국 정상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논란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만기가 도래했다",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며 강한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 외의 이야기", "공동성명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미국 측에서 무역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미 FTA 재협상이 한·미 양측 간 합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양국 정상의 엇갈린 주장에도 한·미 FTA 재협상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합의된 내용이 아닐지라도, 양국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재협상을 거론하며 강행할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미 행정부는 공동 언론발표 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FTA 재협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무역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 재협상과 수정 과정을 시작할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우리나라와 한·미 FTA 재협상이나 수정을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 공동성명에 한·미 FTA 재협상이란 문구는 없지만, 향후 통상문제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견해를 고수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미 FTA를 재협상(renegotiate)하거나 종료(terminate)하길 원한다"고 폭탄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못마땅해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발표한 모두발언에서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계속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은 양측의 합의가 필요해 우리가 계속 반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브리핑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한·미 양측 간 합의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측 의지가 강한 데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어 재협상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공정한 협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품목은 자동차와 철강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 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다른 문제는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제품 수입인데, 한국은 이 시장이 없어 전량 수출하고 있다"며 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협상을 통해 자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산 철강제품은 관세율 인상 등 제재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외에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지분 투자허용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는 미국에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며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대폭 개정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당당한 외교'를 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우리 역시 한·미 FTA와 관련, 요구할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히려 적자를 보는 투자·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미국의 협상압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우리가 미국에 요구할 사항을 찾아, 서로 주고받는 형식을 통해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한·미 FTA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한·미 FTA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던 당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들로는 트럼프가 만들고 있는 균열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한·미 FTA) 재협상은 아직 구체적인 부분이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 같은 선언은 북핵 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동맹국에 대한 도발로 보여질 수도 있다"면서 "한국의 무역 흑자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국내로 돌아간 뒤 문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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