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너무나 평범한 한 택시기사는 1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선뜻 금발에 파란 눈을 한 외국인을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적당한 유머와 가벼운 분위기의 초반부를 지나 영화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국군의 총에 시민들이 쓰러져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실화는 이렇게 영화화 하는 것이다’를 주장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물론 여기에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현실감 넘치는 배경, 소품이 더해져 관객은 시대의 목격자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픽션을 뛰어넘는 것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해자는 자신의 과거를 부인하고, 자신을 희생자라 일컫는다. 아직도 사회에는 5월의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사태’와 ‘운동’, ‘혁명’사이에서 단어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면서 누구나 객관식 시험 문제를 풀어봤을 것이다. 한 번에 답을 골라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제일 아닌 답, 조금 아닌 것 같은 답들을 차례차례 지워가면서 정답을 고른다. 그러나 선택지는 5개나 있다. 누가 알겠는가. 내가 제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답안이 사실 해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명백한 피해자들의 호소와 한탄에도 아직도 가해자가 아님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고른 답, 혹은 당신이 아니라고 지운 선택지는 틀렸다고, 당신들이 해야 할 것은 사과와 반성이지 변명과 법적대응이 아니었다고, 광주의 항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희생자들이 흘린 빨간 피처럼 당신이 고른 그 틀린 답에도 언젠가는 역사가 빨간 펜으로 빗금을 그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화 속 힌츠핀터 기자의 ‘No 광주, No money'라는 대사처럼, 'No apology, No mercy'다.
/글=이소옥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지켄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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