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냉장고 자석서 느끼는 여행의 추억?..작은 기념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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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8-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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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세라 작가]

'철컥', 퇴근 후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냉장고에 붙여진 다양한 디자인의 마그네틱이 필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온 나라, 도시들의 대표적인 관광지나 상징성을 띤 모양들이 냉장고 한 쪽에 옹기종기 붙어있다.

그중 네덜란드 전통 목각신발을 보트 삼아 운하 변을 따라가는 민속의상을 입은 남녀를 형상화한 마그네틱은 아끼는 것 중 하나다.

저렴한 가격에 욕심내지 않고 방문한 도시를 추억할 수 있는 1~2개의 마그네틱만 사겠다는 결심 이후 암스테르담에서 나름 신중하게 골랐던 것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상해에서 샀던 검은 밤하늘 배경의 동방명주타워(東方明珠塔) 마그네틱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던 상해의 추억과 아련함을 떠오르게 하고, 모스크바를 경유할 때 공항에서 샀던 러시아 전통인형 마그네틱은 연착했던 비행기 때문에 친구와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비싼 물가에 놀랐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여행자에게 기념품은 언제나 흥미롭다. 여행을 다니며 기념품을 수집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념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 'souvenir'가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뜻의 라틴어 'subvenīre'에서 유래한 것처럼 작은 돌멩이 같은 크기의 기념품일지라도 누군가의 것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추억과 사연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러고 나서 오랜 시간에 걸쳐 여행의 경험과 함께 차곡차곡 쌓였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처음 여행에서 사서 온 기념품을 필자의 책상 위에 두었을 때만 해도 주변의 일상적인 물건들과는 동떨어져 보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 일본, 중국, 유럽 등에서 산 것들과 한데 어우러져 지니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일상이 무료해질 때쯤 한 번씩 그동안 모아놓은 여행 기념품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일상적 경험이었던 여행의 여운을 붙잡아주는 회상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때로는 기념품 수집 욕구를 핑계 삼아 또 다시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필자의 또 다른 수집용 여행 기념품은 초상화이다. 거창할 건 없지만 열쇠고리나 엽서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림을 그려 줄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고 가지고 올 땐 번짐이나 도화지의 구김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각기 다른 국가의 사람들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신선했기에 그 매력에 이끌렸다. 아직 수집이라고 말하기엔 역부족인 개수이지만, 앞으로의 여행에서 꾸준히 수집하여 향후 다른 기념품들과 함께 전시해,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은 먼 계획도 있다.

그동안 안내책자에 나온 관광지를 순례하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한 당신이라면, 필자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 외에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나만의 컬렉션 테마를 잡아 기념품을 수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버터플라이]


기념품을 별도로 사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가질 필요는 없다. 여행 중 묵은 호텔이나 이용했던 항공사 등에서 얻은 작은 물건도 좋다. 방문했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입장권, 날짜와 목적지가 적힌 지하철이나 버스 승차권 역시 훌륭한 수집품이 된다.

여행의 냄새가 묻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당신의 여행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지켜 줄 것이다. 다만, 여행지에서 소품들이 기념품이 되느냐, 애물단지가 되느냐의 기준은 여행 이후 얼마나 그 물건에 지속적인 사랑을 주는가에 달려있다. 즉, 제대로 보관하는가의 차이라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글=서세라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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