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7 서민금융포럼'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을 해소함과 동시에 취약계층보호와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어느덧 1400조원를 향하고 있다. 문제는 빠른 증가 속도다. 최근 10년 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10% 내외로 증가한 데 반해 소득 증가율은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도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부채가 9번째로 높다.
질적인 면도 문제다.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은행권의 부채구성을 보면 2008년 3분기 예금은행을 100으로 봤을 때 은행권의 가계부채가 40% 수준인데 반해 비은행권은 200%에 육박한다"며 "현 시점에서 은행권 대출보다 비은행대출 비중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문제되는 이유는 경기가 둔화됐을 때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특히 대출을 많이 받은 가구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크다. 이는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취약계층의 경우 대출금이 많지 않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권별로 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은 비교적 낮은 반면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충격에 다소 취약하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은행이 바젤3 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손실흡수력을 가진 것에 반해 제2금융의 경우 가계대출 대부분이 저소득·저신용 가계에 집중돼 채무자에 부실이 오면 금융기관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가계부채가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전체 가계대출의 75%가 소득 상위 가구에 편중돼 있다"며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추가 지출여력을 보유하고 있고 연체발생 빈도도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채가구의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에 75%가 편중돼 있고,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는 곧 부동산시장의 경기가 악화되면 신용시장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향후 금리상승은 대출이자 상승으로 이어져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둔화 역시 이자상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를 제시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수도권과 일부 부동산 과열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는 DTI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리인상에 대해선 "북핵리스크로 인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개별 금융기관에서는 차주의 스트레스 테스트 통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 부채액을 절대적으로 축소하기보다 소득대비 부채비율을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단기 일시상환대출을 중장기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면 과다차입을 줄여 가계부채 축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이 클 경우 채무불이행자의 경제적 재기가 어려울 뿐더러 민간소비 위축 등 내수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연체가산금리 규제, 책임공유 및 책임한정 모기지상품 도입, 소구권·별제권 제한 논의 등이 필요한 이유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자에 대해선 경제적 재기와 생산영역으로 재유입이 가능토록 지원해야 한다"며 "이 같은 소득과 고용 기반 확대는 저소득 가구의 가계부채 부실위험을 축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명분으로 대출문턱을 인위적으로 낮춰 신용위험을 키우기보다 금융시장의 신용자원 배분 기능과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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