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등장은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알파고는 인간 두뇌 활동이 중요한 바둑에서조차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세돌 9단을 가볍게 제압하며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혁신은 놀라움과 동시에 인류에겐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넘어 감정의 영역까지 정복할 수 있을지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 예술 분야에서 또 하나의 혁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과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한콘진 콘텐츠시연장에서 음악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미래형 콘텐츠를 선보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몽상지능(Daydream Intelligence) ▲플레이 위드 에러(Play with error)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Groove your moment with AI) ▲애트모: 공간생성음악(Atmo: Generative music for spatial atmo-sphere) ▲셀럽봇(Celeb Bot) ▲BBOY X AI 등 총 6편의 결과물이 공개됐다.
인공지능 개발자와 작곡가가 함께 작곡하는 '몽상지능'과 개발자, 데이터 아티스트, 사운드 아티스트 간 협업으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플레이 위드 에러', 비보이와 AI가 함께 안무를 창작하는 'BBOY X AI' 등은 인간과 기계의 시너지 효과를 잘 보여줬다.
‘플레이 위드 에러’ 팀의 발표자 박중배 씨는 “인공지능에 멜로디와 화성 정보를 입력하면 테크노, 클래식, 재즈, 피아노를 학습했는지에 따라서 모델마다 음악이 다르게 나온다. 그 중에서 괜찬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뮤지션의 역할이란 점에서 새롭다”고 설명했다.
영상에 맞춰 추천된 음악을 실시간으로 인공지능과 아티스트가 디제잉 하는 'AI, 당신의 순간에 감성을 입히다' 팀은 이 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그루보'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팀에 참여한 버즈뮤직코리아 이정석 대표는 “인공지능이 디제이처럼 곡을 고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변 영상에 맞춰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준다. 뮤직비디오는 비트에 맞춰서 트랜지션이 일어날 때 멋있다고 느끼는데, 이미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에서 어떤 구간에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 인공지능에 학습을 시켜두면 그에 따라 작동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술 분야 특유의 ‘의외성’까지 인공지능이 따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술적 감동과 영감은 알고리즘과 수치화 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닌 예상하지 못한 우연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예술인들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장재호 센터장은 “음악이 있기 전에 악기가 있었다. 기술적 기반이 있어야 예술적 영감도 생긴다고 본다”면서 “악기가 발달하면서 음악 또한 변화를 겪었다. 기존의 도구로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을 인공지능을 통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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