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변방별곡] 중국몽(夢), 우리에게 악몽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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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입력 2018-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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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작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가지 도리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고 한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롭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유교정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오상(五常)'이다. 유교정신이 사회 전반에 작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회규범이다. 종종 보도되는 패륜적 범죄에 온 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이 같은 인의예지신에 어긋나는 일탈행위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를 공경하고 장애인, 저소득층 등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유교문화로 중무장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덕목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따지고 보면 고속성장을 통해 이룩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富)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누자는 ‘선한’ 의도가 내재돼 있다. 바로 오상의 하나인 '인(仁)'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유교정신은 부와 권력의 집중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극대화하고 있는 21세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철학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의예지신은 우리 문화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국가에 대해서는 충(忠)이요, 가정에서는 효(孝), 사회에서는 예(禮)와 신(信), 각 개인들은 지혜롭게(智) 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다. 이런 정신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거나 자식을 학대하는 등의 인의예지신에 어긋나는 패륜행위가 빚어지면 온 사회가 손가락질을 하면서 비난한다. 다만 무차별적인 댓글을 다는 등의 과하거나 넘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유교문화의 본산은 중국이었다. 공자와 맹자로부터 시작된 유교는 패권의 시대인 ‘춘추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동양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때는 공자도 인육을 즐겨 먹던 시대였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의 신중국은 유교문화를 파괴했다. 특히 문화대혁명 10년을 거치면서 공자사당마저 파괴되었고 유교문화의 본산 중국은 인의예지신이 사라진 피폐해진 나라로 변했다. 인민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부모와 스승을 고발했고 그 자리를 완장을 찬 홍위병이 차지했다.

그런 질풍노도의 70년을 살아온 중국은 이제 다시 춘추전국시대의 합종연횡 전략을 구사하듯 힘을 키운 강대국의 전형을 따라하고 있다. ‘데자뷔(dejavue)'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드 갈등에 따라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중국은 가장 먼저 한국의 사드기지부터 공격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가 하면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강대국의 협박은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군자' 운운했지만 군자는 복수를 하지 않는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모두 가동해서 보복을 해왔다. 우리 역시 마늘문제로 갈등을 빚자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한 바 있다. 중국은 군자의 나라는 아닌 셈이다.

이미 한 달이 지났지만 이웃나라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놓고 정성껏 예우하지 않는 것도 군자의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빈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집단폭행하고도 뒤늦게 경호원 한두 명 구속하는 것으로 사태를 유야무야하는 것도 군자가 취할 조치는 아니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책임을 따져 묻지 않고 상대국의 조치를 기다려주는 우리나라야말로 ‘관용’이 체질화된 군자의 나라다.

사실 유교문화의 본산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특히 퇴계정신이 살아 있는 안동에서는 매년 유교문화대전이 열릴 정도로 세계가 인정하는 유교정신의 본산이다. 안동에 가기 위해서는 ‘인의예지신’의 5대문을 통해서 가야 할 정도다.

'중국몽(中國夢)'은 중화패권주의의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중국의 꿈은 중화(中華)의 부활이자 중국의 패권 완성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15세기 7차례의 대항해를 통해 중국의 힘을 세상에 확인시켜준 ‘정화(鄭和)'의 꿈을 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중국 방문에서 베이징대 연설을 통해 중국몽을 언급한 바가 있다.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 중국몽은 아시아, 더 나아가 인류 전체와 함께 가고자 하는 꿈이 아니다. 중화주의의 완성, 강대국 중국의 패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의 꿈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중국몽은 자칫 우리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차이나 스탠더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기대이지만 중국이 중화사상과 더불어 인의예지신의 ‘오상’을 갖추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인다면, 그때의 중국몽은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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