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고, 11년 전에 예언한 IBM…누군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24 18:2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2006년 IBM 광고에 이미 무인 점포 등장…60년대 영화 속 뉴스패드, 현실에서 '아이패드'로

  • 구글글래스, 지문인식 시스템도 과거 픽션 속에 등장했던 상상 속 테크놀로지

 

한 남성이 대형 마트에 들어선다. 남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가게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곳곳에 배치된 경비원들은 안주머니에 상품들을 욱여넣는 남자를 바라만 본다. 남자가 상점을 나서려던 찰나, 마침내 경비원이 그를 부른다. 뒤를 돌아보는 남자에게 경비원은 영수증을 내민다. "영수증을 잊으셨네요."

무려 12년 전인 2006년 IBM의 광고다. 물론 당시에 무인 점포가 실제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것이 미래의 사업이다(This is the future business)"라는 내레이션처럼 IBM의 상상 속 미래였을 뿐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2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무인 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를 정식으로 개장했다. 1년 가까이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끝에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아마존고의 슬로건은 "노 라인, 노 체크아웃"이다. 계산대도,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이곳엔 없다. 스마트폰과 아마존 어플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지하철 개표구와 비슷하게 생긴 입구에서 교통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태그하고 입장한다.
 

아마존 고의 슬로건은 "No Lines, No Checkout"이다.[사진=아마존]


이제, 자유다. 진열대를 둘러보며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장바구니는 없다. 곧바로 쇼핑백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가게 문을 나설 때 아마존 계정에 결제대금이 청구된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측의 사전 동의를 받고, 물건을 훔치려고 시도해보기도 했다. 음료 4병을 쇼핑백으로 꽁꽁 싸맨 채 나왔지만 결과는 허사였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힘이다.

아마존고뿐만 아니다. 과거에 상상의 산물로만 치부되던 것 중 상당수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거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1968년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뉴스패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A4용지만 한 뉴스패드로 뉴스를 보거나 다른 이들과 화상 통화를 하기도 한다. 오늘날 태블릿 PC를 이용하는 현대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애플은 여기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해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애플과의 태블릿 PC 소송전에서 이 영화를 사례로 들며, 아이패드는 애플의 독창적 발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1989년에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역시 첨단 IT 기기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평면 TV, 가상현실 헤드셋, 지문인식 시스템은 모두 일상의 풍경이 됐다.
 

 

이제는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 반열에 오른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드래곤볼' 또한 지금에 와서 눈에 띄는 기기가 있다. 바로 '스카우터'다. 만화 속에서는 한쪽 눈에 걸치는 안경 모양의 스카우터를 쓰면 눈 앞에 있는 상대방의 전투력이나 각종 정보 등을 측정할 수 있었다. 연재 당시인 1980년대에는 놀라운 발상이었으나 2018년 현재 '증강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구글글래스의 경우 형태 또한 스카우터와 비슷하다. 구글글래스는 2012년 최초로 공개된 뒤 여전히 정식으로 발매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프로토 타입이 여러 루트를 통해 유출된 바 있다. 미국 IT매체 'GSM아레나'가 지난 2015년말에 공개한 신형 구글글래스는 스카우터와 거의 흡사하다.

현실이 상상 속 미래를 닮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플의 사례처럼 기술자와 개발자 또한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가능하게 보이는 픽션 속 테크놀로지를 실현하기 위해 매달리는 이들 덕분에 인류의 삶은 달라졌다.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도 과거의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은 나날인 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