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승호, "모든 것이 완벽했던 '로봇이 아니야', 종영소감은 10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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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18-02-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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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로봇이 아니야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정말 저에게 자랑스러운 작품입니다. 종영한 이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제 마음에는 100점 짜리 작품이에요.: 

배우 유승호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승호는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진행한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 종영 인터뷰에서 무관하게 '로봇이 아니야'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 때문에 제대로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유승호는 인간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외모부터 경제력까지 완벽한 남자주인공 김민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유승호의 첫 로코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크게 화제를 모았으나, 로봇이나 인간 알레르기 등 생소한 소재로 인해 실제 방송에 있어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3%대의 시청률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이에 대해 유승호는 “촬영장에서 제작진도 배우들도 정말 궁금해 했어요. 왜 시청률이 안 나올까 하고. 전부 믿을 수 없다고 했죠”고 솔직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첫 회가 방송되고 시청률을 받았는데 다음날 촬영장에서 감독님이나 배우들 얼굴을 못 보겠더라.구요 백퍼센트 내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배우 탓도 큰 건 사실이니까,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로코에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구요”라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좋은 현장 분위기와 높은 완성도 덕에 시청률에 대해 점차 마음을 비웠다고.

“시청률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달라진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것이고, 프로답지도 못 한 것”이라며 “우리끼리는 MBC 파업 때문에 우리 작품 전 수목드라마가 없어서 탄력을 못 받은 점도 있고, 또 제목부터 로봇이 들어가니까 거부감도 있지 않았나라고 결론을 내리고 좋은 작품,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기자 해서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촬영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 작품이 정말 짜임새도 좋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신경 써서 만든 드라마에요. 완성도가 정말 높죠”며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좋은 작품으로 남았어요. 언젠가는 꼭 재조명 받을 거라고 믿습니다”고 마지막까지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로봇이 아니야'는 유승호가 도전하는 첫 로맨틱코미디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전작 '군주' 종영 인터뷰 당시 로맨틱코미디가 겁난다고 발언했던 유승호. 그런 그가 뒤이어 바로 로코를 택했기에 더욱 의외였다. 그런 면에서 '로봇이 아니야’는 배우 유승호에게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주로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 로코와는 거리가 먼 장르에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인간 알러지라는 판타지적 설정 아래 연기의 무게를 덜어냈다.

"만약 처음부터 채수빈씨와 알콩달콩하고 마지막까지 로맨스 충만하게 갔다면 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사실 그런 작품이라면 선택하지도 않았겠죠. 인간 알러지라는 설정으로 처음엔 저 혼자 지내고 차츰차츰 로봇 채수빈씨와 가까워지고 사랑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죠. 시간을 두고 단계를 밟아가는 설정 덕분에 어렵지 않게 로코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는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민규 캐릭터를 연기해 스펙트럼을 넓혔다. 말미에는 달달한 유승호를 보는 즐거움도 줬다.  상대역 채수빈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유승호는 "어느결에 제가 수빈씨가 정말 편해졌나봐요. 지아가 집에 간다고 말하자 민규가 투정, 애교를 부리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진짜 편한 사람들에게만 나오는 제 모습이 수빈 씨한테 나와서 저도 당황했어요. 이 드라마와 수빈 씨를 그리고 지아를 편하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걸 느끼게 해 준 작품이라 정말 고마워요"라고 전했다.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로코를 찍으면 혹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드라마를 찍고 있을때는 잠깐 수빈씨에게 좋은 감정이 들었는데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사라지더라구요.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구요. 지금은 그냥 예전처럼 혼자있는게 좋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선한 눈매와 그윽한 눈빛,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모든 게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 돼 있는 유승호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매력을 모르겠다며 "사실 내가 웃고 있지 않으면 사나워 보인다는 말을 들어요. 작품 속에선 '최대한 이 사람을 사랑스럽게 쳐다봐야지' 했다. 이런 장르도 처음이었고 사랑스런 눈길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현장 분위기가 나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라며 고마워했다.
 
 
말미에서 민규는 2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파티가 열리는 집으로 향한 민규는 지아와 달달하게 입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자신의 군복을 입고 촬영했다.
 
“엔딩이 군에 입대하는 내용이라는 걸 처음부터 들었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설마 했는데 정말 군대 엔딩이더라고요. 그때 시간이 없어서 군복을 따로 맞출 시간이 없어서 실제 제 군복과 베레모, 전투화를 가져다 썼어요. 명찰만 바꾸고요. 군대를 다녀와서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실제 내 군복을 입어서 그런지 기운이 빠지고 바닥에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하하” 
 
유승호는 제대한 뒤 드라마 ‘상상고양이’, ‘리멤버’, ‘군주’, 영화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 그리고 ’로봇이 아니야‘까지 쉬지 않고 작품에 임했다. 시청률이나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고민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단다.
 
“시청률을 무시하고 ‘내 길 가겠다’ 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고, 시청률 성적이 안 좋은 배우니 ‘난 이제 안 해’ 이것도 안 되고요.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연기 인생이 끝내는 것도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잘 나왔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고 열심히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로코라는 옷을 입고 한층 더 밝고 가벼워진 분위기를 뿜어낸 유승호. 특히 그는 채수빈과의 키스신을 통해 ‘키스 장인’에 등극하기도 했다. 유승호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조금은 쑥스러워했다. 

“장르는 멜로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현실적인 진한 사랑이 아닌 동화를 읽었을 때처럼 두근거리고 귀엽고 예쁜 뽀뽀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청자들 사시에서 키스신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PD님께서 좀 더 진한 키스를 해야될 것 같다고 하셔서 급하게 추가된 장면이었어요. 극 중 지아와 민규의 관계에도 도움이 됐고,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사진= 산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키스신을 찍을 때에는 부끄럽지 않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부끄러움이 확 밀려와요. 땀이 엄청 나더라구요. 그래서 촬영장을 잠시 벗어나 모니터옆에 쭈그리고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수빈이가 '오빠 빨리 와! 다음 거 찍어야 해'라며 아무렇지 않게 내게 소리쳤어요. 그래서 '어,어'라며 수빈이 말 듣고 후딱 다음 컷 촬영했어요. 수빈씨가 같이 쑥스러워했으면 정말 어색했을텐데 수빈씨 덕에 무난히 넘어갔어요"라고 채수빈의 털털하고 쿨한 성격을 전했다. 

다음에도 유승호는 로코를 선택할까? 그는 "당분간은 NO"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승호는 "로코라는 장르 자체가 저에게 높은 산과 같았죠. 그동안 그 산을 건너기 싫어서 피해왔어요. 사실 전 로코보다는 진지하고 어려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작품들이 저에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무엇에 이끌렸는지 모르겠지만 '로봇이 아니야'를 하게 돼 그 산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장르에 대한 걱정을 좀 내려놓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새롭게 할 수 있는 작품에 도전을 좀 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멜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로코 이런 것도 하고 싶어요. 당장은 아니지만요. '로봇이 아니야'가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마운 작품이에요"라고 '로봇이 아니야'의 의미를 전했다. 

지난해 ‘군주-가면의 주인’으로 수목극 1위를 차지하고, ‘로봇이 아니야’로 로코까지 섭렵한 유승호. 그런 그의 성장을 입증하듯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특히 이번 트로피는 지난 2009년 이후 오랜만에 MBC에서 받는 상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느낌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어렸을 때 시상식 다니면 대상, 최우수상 받는 분들은 대선배님이라 그 분들만 받는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트로피를 받고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상을 받았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고, 몇 년 만에 MBC에서 받는 상이라서 기분이 좋았어요.”

최우수상을 수상했기에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는 대상일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유승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송국에서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상이 대상인데, 그 상을 받으면 제가 가려고 했던 목표가 깨질 것 같아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받고 싶지 않아요. 안 받고 영원히 받을 수 있다는 마음만 가지고 일하고 싶어요. 기왕 배우가 됐으니 열심히 연기하고 더 좋은 배우가 되어보겠습니다. 상보는 그냥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드라마가 끝나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별로 외롭지도 않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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