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시간 공백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그가 있어야 할 자리를 부득이하게 비웠다. 그리고 수년 만에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섰다. 여전히 그의 이름에는 ‘배우’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렸다.
배우 박현정이 KBS2 TV소설 ‘꽃피어라 달순아’를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현정의 종영 소감은 그래서 더욱 남달랐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너무 보고싶어요. 아쉽기도 하고요. 지난해 6월말부터 준비해서 7월에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7개월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어요. 날짜가 가는 줄도 몰랐어요. 녹화 때문에 요일 개념밖에 없었네요.(웃음) 일일드라마라서 대사량도 너무 많았죠. 대본 외우는 게 습관이었는데 그런 게 끝나니 아쉬운 것 같아요. 팀웍들도 좋고 가족같았고, 참 감사했어요.”
오랜만에 촬영장에 돌아왔고, 또 긴 호흡의 드라마였기 때문에 제법 힘들었을 터. 박현정에게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초반에는 좀 힘들었어요. 그동안 촬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촬영 용어부터도 달랐어요. 예전에는 안 쓰던 단어들도 많았죠.(웃음)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서 너무 오랜만에 촬영하는 거고 용어들도 많이 바뀌어서 못 알아듣겠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대신 설명을 해주시면 빨리 따라가겠다고 했죠.(웃음)”
힘들었던 만큼 주변에서의 도움이 컸다. 박현정은 선배 배우들과 감독에게 많이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제가 삶의 굴곡이 많았잖아요. 격한 감정의 시간들도 있었고요. 슬픔이 많았죠. 그래서 그런 슬픔과 아픔을 표현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없이 아픔을 표현해야했기 때문에 시놉시스를 보고 연기 하는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감정에 집중하는 게 처음엔 힘들었죠. 그것도 모두 트레이닝을 해야하는데 처음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고민했어요. 많은 스탭들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제 마음대로 안될 때가 정말 힘들었죠. 그때는 감독님도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격려해주셨어요. 다 기다려주셨죠. 정말 감사해요.”
오랜 공백을 깨고 배우로서 다시 섰을 때 기뻐했던 사람은 가족들이었다. 특히 박현정은 인터뷰 중간 중간 두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딸바보’ 엄마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했지만 엄마는 엄마였다.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아했어요. 그리고 고3, 중3, 두 딸들도 너무 좋아했고요. 예전부터 함께 TV를 보면 ‘엄마도 저런 거 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엄마는 왜 시상식 때 안 나가?’라고 묻기도 하고요. 드라마를 많이 해서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레드카펫을 밟아보는거에요.(웃음)”
박현정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두 딸들은 그대로 끼를 물려받았다. 그는 “둘다 끼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입을 열었다.
“큰 딸은 배우를 하고 싶어 해요. 학원을 좀 다니기도 했죠. 지금은 일본에 있는 대학교를 진학하고 싶어하고요.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죠. 그곳에서 영상과 관련된 과를 들어가고 싶어해요. 일본어 학원을 따로 다니기도 하죠. 사실 배우한다고 했을 때는 처음엔 반대했어요. 제가 해보니 너무 힘들어서 안 했으면 했는데 하고 싶어 하는 게 얼마나 기쁜지를 알잖아요. 우리애도 그럴 것 같았어요. 그럼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했죠.(웃음)”
박현정의 두 딸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스스로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한다.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따라다니기도 했다고.
“큰 딸이 워너원의 박우진을 엄청 좋아해요. 그 전에는 슈퍼주니어를 좋아했고요.(웃음) 사실 3~4년 동안은 슈퍼주니어 콘서트에 제가 엄청 따라갔죠. 가다보니 제가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3시간 동안 콘서트 무대를 하는 걸 보니 정말 너무 열심히 해서 예쁘더라고요. 엄마의 마음으로 보고 있달까요.(웃음) 제가 배우다 보니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니 또 한 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하고 안쓰럽기도 했고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던 박현정이 이제 다시 배우로서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그 시작을 함께한 ‘꽃피어라 달순아’는 박현정에게 복귀작 그 이상의 뜻 깊은 작품으로 남게 됐다.
“‘꽃피어라 달순아’는 드라마 자체가 연기자로 다시 설 수 있게 된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제게는 둘도 없는 귀한 작품이고 그래서 감독님, 작가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정말 KBS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어요. 어느 한 사람 모난 분 없이 함께 했거든요. 배우는 혼자만의 작품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같이 협력했을 때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는 작품이 됐죠. 그만큼 많은 시청자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다시 일을 시작해서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길 가다가도 그렇고 목욕탕에 가서도 어머님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죠. 정말 감사해요.”
※ [AJU★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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