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아침 브리핑] 발바닥 감각 없던 부상을 이겨낸 이상화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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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2-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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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무릎부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이상화(29)의 발목을 끈질기게 잡고 놔주지 않았지만, 반짝이는 스케이트를 신고 은반 위를 달릴 때면 무릎 부상도 멀찍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18일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장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치르기 위해 국가를 대표하는 스케이팅 여자 선수들이 모였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를 비롯해 캐나다의 마샤 허디 선수도 있었다. 이상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이상화의 경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일찌감치 스케이트장을 찾은 이상화는 흰색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평창에서 올림픽 3연패 도전을 불과 몇십분 남겨놓은 상태였다.

조국에서 열린 올림픽 대회, 3연패, 무릎 부상 등 이상화 선수를 압박할 요소는 많았지만, 이상화는 러닝과 준비운동 그리고 출발선에 들어설 때까지 다급함은 보이지 않았다.
출발선에 들어온 이상화는 스타터가 경기 시작을 알리기 위해 쏜 플래시건의 총성에 맞춰 이상화의 스케이트 날은 곱게 관리된 강릉 스케이트 스케이팅장의 얼음을 찍었다.

어느 때보다도 이상화는 빨랐다. 시작이 좋았다. 세계신기록을 기대할 정도였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찍을 때마다 이상화는 결승선에 성큼 다가섰다. "나도 빠르다는 걸 느꼈다.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의 느낌이었다. 그런 빠른 느낌은 너무 오랜만에 느꼈다" 이상화는 말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가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빠른 속도는 느낌만이 아녔다. 이상화는 이번 500m 경기에 출전한 31명 중 가장 빠른 100m 랩타임인 10초20을 기록했다. 지금 최고 전성기를 달리는 일본 고다이라(10초26)도 이상화의 기록을 따라올 수 없었다.

이상화는 2016년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이 있었다. 왼쪽 무릎 부상이 난 후였다. 가벼운 부상이 아녔다. 발바닥까지 감각이 없었다.

이상화는 부드럽게 500m 결승선을 들어갔다. 고질적 부상이 있는 선수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의 이번 기록은 37초33로 개인 기록인 36초 36에는 약 1초 늦었다. 이상화는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36초 94로 들어온 고다이라에 돌아갔다.

"마지막에 실수가 있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서 속도감을 잃었다. 그 감을 찾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근데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스타트 기록을 줄이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상화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고질적 부상을 이겨내는데에도 육체적,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상화는 경기가 끝나고 "작년에 진짜 힘들었다. 종아리 부상이 너무 커서 누가 내 다리를 잡는 느낌이었다. 몸은 앞으로 가고 있는데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며 힘들었던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경기가 끝나자 눈물을 보였다. 이상화의 어깨와 발목을 붙잡던 압박감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경기가 끝나고 어떤 기분이 들었냐는 질문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이상화는 말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꼭 껴안고 아직도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화가 태극기를 들고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화는 1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기 직후 태극기를 들고 고다이라와 함께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나는 너무나 수고했고 길고 긴 여정도 잘 참아냈다"! 2등도 만족하고 아직도 상위권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도 함께 남겼다.

"응원과 함성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라며 이상화를 지지하고 지켜봐 준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에 대해 "모른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길고 험난했던 이상화의 여정에 잠시 쉼표가 찍힌 순간이었다. 이상화에게 우선 안락하고 진지한 휴식이 우선이다.

그럼 오늘도 멋진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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