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지방의 부동산시장에서 '가격·거래 절벽'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구 350만명의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10월부터 6개월째 연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찾은 부산의 대표적 주거지인 남구 용호동. 2001년 6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5차에 걸쳐 7400여 가구가 단계적으로 입주한 단일 브랜드 최대 단지인 LG메트로시티가 자리했다. 이후 인근에 순차적으로 들어선 하이츠자이(1149가구), 현대(648가구)·일신아파트(1218가구) 등을 모두 합치면 1만 가구를 훌쩍 넘는다.
이곳은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나 거래량 추이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 집값은 과거 '부동산 훈풍'을 타고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줄곧 내리막길을 걸이 지금은 2년 전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용면적 79㎡의 경우 2016년 말 호가는 최고 4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3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세제, 금융, 청약,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망라된 '8·2 대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투자자는 사라지고 실수요자 역시 까다로운 대출 심사로 아예 거래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명희 금탑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용호동)는 "남구 전체의 거래량은 2016년 연말과 비교해 20% 안팎에 그친다. 요즘 1개월 거래 실적은 100건에도 훨씬 못 미친다"면서 "각종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존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남구만 해도 대연동 롯데레전드(3500가구)는 지난달부터 이사를 진행 중이고, 1488가구로 최고 69층인 '더블유'가 4월께 입주가 예정됐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이 수치가 8000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남구와 함께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해운대구도 비슷한 분위기다. 부산지하철 2호선 장산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해운대 신시가지는 2000년 전후 조성됐다. 오피스텔을 포함하면 총 3만 가구를 넘는 미니도시로 분류된다.
가까운 곳으로는 바다 조망이 가능한 해운대 현대아이파크(1788가구), 두산위브더제니스(1632가구)를 비롯해 센텀파크(2752가구) 등 대부분 중대형 면적의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신흥 부촌으로 꼽힌다. 이곳도 규제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매맷값은 최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졌고, 매매를 비롯해 전·월세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
진창규 지구촌공인중개사 소장(좌동)은 "해운대는 조정대상지역에 들면서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조만간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실입주자들조차도 구매를 꺼리고 있다"며 "더욱이 15층 미만 아파트의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으로 집값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2016년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한 해운대구에서는 다주택자들이 팔자에 나서며 하락폭 또한 컸다. '8·2 대책' 발표 이후에는 조정대상인 동부산권 7곳의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2017년 2만여 가구에 이어 올해 2만3220가구, 2019년 2만5720가구 등이 입주 예정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부동산시장은 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인한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세 중과, 금리 인상에 더해 입주물량까지 늘어난 데 따른 것 "이라며 "남구와 해운대 등 입주 예정이 집중된 곳은 역전세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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