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을 예약한 ‘슈퍼 루키’ 고진영이 우승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미 투어 데뷔 우승을 이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기한은 2주다.
고진영은 미국 진출 첫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고진영은 화끈한 데뷔전으로 강렬한 인상부터 남겼다. 2월 LPGA 투어 데뷔전이었던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LPGA 투어에서 1951년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67년 만에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깜짝 우승이 아니었다. 이후 고진영은 꾸준한 성적으로 주요 부문 타이틀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7개 대회에 출전한 고진영은 5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포함해 5차례 ‘톱10’에 들었다. 상금랭킹 6위(44만8206 달러), 레이스 투 CME 글로브 3위(1099점), 평균타수 3위(69.393타), 올해의 선수 포인트 4위(52점), 신인왕 포인트 1위(416점) 등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평소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차분한 성격의 고진영이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은 최근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이다.
고진영은 지난 11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 예정이었지만, 대회 직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 대회 출전을 취소하고 급히 한국을 찾아 조부상을 치렀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고진영은 2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끝난 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다 박인비와 함께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대회를 마친 뒤 고진영은 “두 개 대회를 더 치르고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한국에 가면 바로 할아버지를 찾아뵈려고 한다. 2주 이내에 우승이 나와서 트로피를 들고 할아버지 앞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진영은 “내 이름도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고, 내가 큰 손주라 큰 애착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를 못 드려 죄송하다”고 각별한 마음을 전하며 우승에 대한 각오를 다시 새겼다.
고진영은 올 시즌 데뷔한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LPGA 투어 전체 선수들 가운데 그린 적중률 1위(82.14%), 페어웨이 안착률 2위(86.74%)를 기록하며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데뷔전 우승에 이어 시즌 첫 다승까지 노리는 고진영은 2주 이내 우승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다.
고진영은 26일부터 나흘간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 나선 뒤 5월 3일부터 나흘간 LPGA 텍사스 클래식에 출전한다. 절실한 2주, 돌아가신 할아버지 영전에 바칠 우승 트로피가 있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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