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스페인 정통 필스너 ‘버지미스터(500㎖)’ 4캔을 5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히면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4캔에 1만원이라는 수입 맥주 가격 공식이 절반으로 깨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형마트가 4캔 값을 8000원으로 내리면서 가격경쟁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편맥러’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편맥러’는 편의점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국산 맥주에서 찾기 어려웠던 맛과 향을 찾기 위해 수입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맥주들을 값싼 가격에 시판하게 됐고 이를 즐기는 이들이 ‘편맥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다른 뜻으로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편의점 내 음주는 불법이다.
‘편맥러’들은 맥주 시장을 바꿔놓았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맥주 매출액 중 수입 맥주 비중은 2016년 56.7%로 국산 맥주를 앞지른 데 이어 올해 2월 말에는 60.2%로 60%를 넘어섰다.
수입맥주의 강세는 저렴한 가격과 맛이다. 특히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주세법이 정한 과세 표준이 국산 맥주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의 과세 표준은 출고가다. 원가와 판매관리비, 광고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가격에 세금이 매겨진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가격(신고가)에 세금을 매기고, 마진 등 관련 비용은 나중에 포함돼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세율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수입되는 미국 맥주에 매겨지던 관세도 폐지된다. 이미 1월부터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맥주의 관세는 폐지됐다. 국내 업체들은 울상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져 점유율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가격보다 맛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아무렴 어떤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맥덕(맥주 덕후)들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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