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해빙 분위기가 자동차, 배터리, 항공, 면세점, 호텔, 편의점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판매와 매출 등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면서 '새판 짜기'에 나선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14일 “한·중 관계의 개선으로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중 간 협력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경제 분야의 상승효과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빅3', 中사업 '기지개'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의 자국 배터리업체 보호정책과 사드 보복이 맞물리면서 2016년 하반기 이후 현지 ‘보조금 대상업체’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번번이 떨어졌다. 이에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업체들은 현지 물량에 대해 국내 배터리업체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배터리업체에 대한 제재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업체의 제품을 납품 받는 현지 완성차업체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난 2월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 정책을 대폭 수정한 점도 최근 업계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300㎞ 이상인 차종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늘리지만 그 이하인 차종은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줄일 방침이다. 다시 말해 품질 좋은 배터리를 사용해야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보조금 정책을 폐지할 예정이다. 중국 내에서 규모와 기술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업체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품질을 보장하는 LG화학, 삼성SDI 등을 찾는 현지 완성차업체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업체들의 제품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지난 3월 이후 中 판매 회복세
사드 여파로 실적이 반토막 났던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부터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4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9% 증가한 10만3109대를 팔았다. 이 기간 현대차는 전년 대비 100.0% 증가한 7만7대, 기아차는 106.2% 늘어난 3만310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3월과 4월 35.4%와 101.9%의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기저효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중국 맞춤형 차량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특히 엔씨노(현대), 이파오(기아) 등 SUV 라인업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전체 산업 수요 대비 SUV 비중이 2010년 12%에서 지난해 42%까지 성장한 중국 시장의 트렌드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다.
◆올 하반기 중국 항공 노선,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 기대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노선은 지난 4월 한 달간 전년 동월 대비 37.1% 증가(인천공항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13.8% 증가한 데 이어 확장세가 지속된 것으로, 사드 여파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저가항공사(LCC)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끊어졌던 노선을 지난달부터 회복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내달에는 4~6개 현지 노선을 추가해 성수기에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보통 3월에 하계스케줄을, 10월에 동계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중국 정기선 취항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몰릴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사드 이전 수준에 가깝게 노선 수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사별로 여객수송량도 많아졌다. 지난 4월 한 달간 대한항공의 여객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증가한 142만9000명,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간 9.6% 늘어난 102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LCC인 제주항공과 진에어도 각각 24.7%와 16.6%의 높은 증가율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도 크게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40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했다. 이는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 확대로 유통업계의 매출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노동절 프로모션' 매출을 집계한 결과,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5%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고객 매출 신장률 41.2%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편의점 CU에서도 최근 중국인의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높아졌다.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알리페이의 지난 1분기 CU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3.5% 큰 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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