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민주주의자’ 정세균 의장, 극적인 국회 정상화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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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8-05-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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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권상정 대신 국회 처리 입장 고수…국민 기본권 중시 성격 반영된 결과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가까운 길을 버리고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본회의가 열릴 수 있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국회가 내일부터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인내하고 노력해준 각 교섭단체 대표 노고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4일 6·13 지방선거 출마의원들의 사직 안건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석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파행 위기를 겪은 국회였지만 정상화 계기의 공을 여야 정치권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에게 돌린 것이다. 자신이 그동안 국회 정상화를 위해 누구보다도 노력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자신의 치적에 대한 자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 의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오랜 정치경력에서 비롯됐다. 주요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때도 정 의장은 충돌보다는 상대를 협상테이블로 이끌었다.

그의 성품은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으로 대표된다. 또 모범적이고, 신사적인 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한 경력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 2016년 6월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취임했지만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새해에는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떡국을 함께하며 새해 덕담을 나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함보다 검소한 검은색 한복을 갖춰 입고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부드러움만으로 정 의장을 모두 표현할 수는 없다. 필요할 때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내·외부를 수습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10·26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대표격인 당의장을 맡아 당내 갈등 봉합에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꽃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격전지를 찾는 승부사 기질도 갖추고 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본래 지역구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을 내려놓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뛰어들었다.

결국 정 의장은 이 같은 부드러움과 강단의 리더십으로 국회 정상화의 빗장을 열었다.

지난 4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에게 국회 정상화 시한을 ‘8일 오후 2시’로 제시한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여야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였다.

정 의장은 마지노선이 틀어진 뒤에도 직권상정이라는 권한을 사용하기보다 여야 정치인들을 수시로 만나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그가 직권상정을 강행하기보다 국회 협의를 통해 해결에 나선 이유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오늘까지 국회가 (의원직 사직 처리) 문제를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헌법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우리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과 공무담임권을 제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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