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두부·순대·어묵 등 특정 품목에 대한 대기업 진출 금지를 법제화한 것이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은 관련 사업을 인수나 개시, 확장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는다. 특히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의 최대 5%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지난 21일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데 이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오는 6월 만료 예정인 47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특별법은 지난해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그간 여야 간 견해차로 공전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여야가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와 두 의원은 지난 6개월간 공청회와 회의 등을 하며 이견을 조율해왔다. 최대 쟁점은 이행강제금 부담이었다. 이 의원은 ‘관련 매출액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로 명시했지만, 정 의원은 반시장적 제재 수단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정 의원 측은 “정부가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명령을 듣지 않는다고 이행강제금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기업들이 ‘5% 부담금을 내고 말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 이윤(마진) 대비 손해를 볼 정도의 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삭제는 허용할 수 없으며 이행강제금 부담 문구라도 들어가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두 의원이 타협해 5%선으로 정해졌다.
보호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정할 경우 소상공인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중기업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과 규모의 영세성을 따지는 심사단계에서 소상공인이냐 아니냐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중기업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야당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적합업종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단체 기준이 모호하고, 15명의 심의위원 중 소상공인은 2명뿐이어서 대표성도 취약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가 인정한 소상공인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 이를 중소기업벤처부에 속한 심의위원회가 이를 결정한다.
중견기업계는 여전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적합업종 재지정 횟수에 상한을 두지 않아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더불어 중견기업 성장을 막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중견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 노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행강제금이 폐지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이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비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위반 기업에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강제금까지 내게 하는 건 중복적이고 과도한 제재”라면서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업종 전문화 중견기업엔 생존을 위협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면서 SPC·샘표식품·고려제지처럼 적합업종 지정 제품을 중심으로 중견으로 성장한 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국제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과 2017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적합업종 제도를 시장경쟁을 가로막는 규제로 지목하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 진입 장벽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2014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이 제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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