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한중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중국법 법률실무 세미나’ 3부 행사에선 발표자들이 세미나 참석자들과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 좌장을 맡은 최승환 한중법학회 회장(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한중법학회와 아주경제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중국법 전문가들의 값진 발표를 들었다”며 “중국법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는 발표자들의 내용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번 발표를 조금 일찍 들었더라면 초창기 중국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노무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 발언에 이어 본격적으로 질의가 이뤄졌다. 한 참석자는 이날 발표를 맡은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에게 “중국 경제특구의 경우 ‘홍콩 시스템’, ‘광둥성 시스템’ 등 법률체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다른 법률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길 변호사는 “중국은 지역별로 법률을 정해 특별법으로 관리를 해왔다”며 “법률이 없는 경우 경제특구에서 별도로 법규를 만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와의 법률 구조 차이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하위법이 상위법에 어긋날 수 없지만, 중국은 중앙장관법과 각 성장(省長)이 만든 법이 동격”이라면서 “두 법이 경합할 경우 주로 지방법이 우선하지만, 판단이 필요한 경우 전국인민대표회의 결정을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서 보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국은 중앙과 지방이 별도로 적용하는 법률을 형성하는 데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정영진 한중법학회 부회장은 김 변호사에게 구룡희주(九龍戱珠)와 중성공월(衆星拱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구룡희주는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권력)를 나눠 갖는 것을, 중성공월은 큰 달을 나머지 달이 받치고 있는 것을 뜻한다”며 “앞이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 체제를 의미한다면 뒤는 시진핑 현 주석 체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회사는 대부분 구룡희주 모습을 보인다. 즉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기업이나 변호사가 대중국 협상을 하는 데 있어 한 사람의 동의뿐 아니라 다양한 책임자 동의를 끌어내야만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중국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쟁해결조항’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에서 계약 체결 때 마지막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분쟁해결조항을 담는데, 해당 조항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분쟁에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은 중국에서 소송하면 기본적으로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로만 중재 범위를 넓혀도 분쟁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좌장인 최 회장은 두 번째 발표자인 이평복 롱쉬로펌 고문에게 중국 소송의 특수성과 관련한 질문을 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소송에서 승소해도 결국 사업 철수를 각오해야 하지 않느냐는 그의 질문에 이 고문은 “과거 중국에선 꽌시(關係)에 의존해 소송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얼마나 철저하게 증거를 수집, 상대방 논리를 깨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외국자본 기업이 중국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보복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특히 “시진핑 체제에서 사법제도 개혁을 통해 모든 소송기록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다”며 “사법 투명성을 위해 법관들이 과거 본인이 내린 판결에 종신 책임을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 내용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젊고 실력 있는 변호사들에게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중 한 변호사는 ‘한·중간 계약 체결 시 언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중국에서 다양한 법률자문으로 실무를 경험한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소송을 염두에 두고 최종적으로 영어로 계약서를 만들었다”며 “영어로 계약을 체결하면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주어를 찾는 데 힘들고 의미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중국어로만 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라며 “중국어로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쉬워 보다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고문도 부연설명을 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취업규칙이 엄연히 다름에도 한국어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한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에 담겨 있어 개념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취업규칙을 만드는 데도 중국어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