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堀起)'를 이끌어 온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쯔광그룹)이 내년 5세대(5G) 통신용 칩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쩡쉐중(曾學忠) 칭화유니그룹 글로벌 집행부총재 겸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쯔광잔루이(紫光展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딥테크 주최로 열린 반도체 관련 포럼에 참석해 "2019년말까지 프로세서 하나에 8개의 코어가 들어간 옥타코어 5G용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澎湃新闻)이 4일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산하의 산학기업으로, 2016년부터 우한(武漢), 난징(南京), 청두(成都)에 10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립하고 각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중국 최대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쩡 CEO가 몸담고 있는 쯔광잔루이는 칭화유니그룹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인수한 잔쉰(展訊)과 루이디커(銳迪科)가 합병해 설립한 회사다. 올해 2월 '5G 반도체칩 글로벌 선두전략'을 발표한 쯔광잔루이는 세계적 반도체기업 인텔과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쩡 CEO는 이날 포럼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자주혁신과 국제협력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주혁신이 없다면 국제협력에 동참할 자격도 없다고 꼬집었다. 쩡 CEO는 "핵심기술은 동냥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관점"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오늘날 많은 기업이 동냥으로 업계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중지한다는 제재 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 반도체 기술의 자립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ZTE가 1조원이 훌쩍 넘는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선에서 미국의 제재는 해제될 예정이지만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 4월말 낸드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추진 중인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창장(長江)메모리(YMTC) 자회사 우한신신(武漢新芯)을 방문해 핵심기술 국산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하이테크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중국 정보기술(IT) 공룡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올 들어서 잇달아 반도체 제조업 진출을 선언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300억 위안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도 만들어 고성능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도 전개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약 70개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 남짓으로 여전히 낮다.
최근 중국 당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가격 담합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도 겉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요업체의 불만이 촉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국이 해외 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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