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시국느와르 웹툰 조국과 민족은 31년전 군사정부 시절 '조국'과 '민족'이란 이름 아래에서 저질러졌던 사회적 악행과 모순된 권력구조를 사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연재하며 250만 조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시대물이다.
1987년 올림픽과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지김 사건'이 일어난다. 14년이 지나서야 수지김이 간첩이 아니었으며,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여 간첩이란 누명을 씌웠고, 국정원(당시 안기부)은 진상을 알면서도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또한 작품은 고도의 경제성장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그늘의 일상을 그려낸다. 그 이면에는 철거민들이 있었고, 노점상들이 있었으며, 억압받은 노동자의 권리가 있었고, 조작된 간첩들이 있었다. 이 만화는 뒷골목에서 일어난 웃기고도 슬픈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조작된 증거로 고문을 당했던 어두운 시대상 반영
웹툰의 서막은 중학교 3학년인 박도훈이 반공표어 수상으로 정보기관의 대공수사관 장 실장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장 실장은 주인공 박도훈을 양아들로 삼으면서 훗날 서울 정보기관의 무자비한 '고문 기술자'로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작가는 박도훈을 실제 인물인 고문 기술자 이근안에서, 장 실장을 5공화국 장세동 안기부장의 모델에서 따오면서 생생함을 더했다. 실제 박도훈은 작품 속에서 사람의 관절을 뽑고, 목봉에 매달아 고춧가루물을 코에 붓는 등의 잔인한 모습을 서슴지 않게 전개한다.
또한 평범한 일상 속에 조작된 증거로 고문을 당하는 일반 시민들의 어두운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낭만적인 시대상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주인공 박도훈이 마약을 뒤로 빼돌려 자금을 챙기고, 본인이 쫓던 간첩과 사랑에 빠지면서 조직을 배신한 뒤 파멸하는 모습에는 당시의 어수선하고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녹아있다. 작품 내내 조국과 민족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등장인물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보는이로 하여금 몰입도를 높여준다.
강태진 작가는 조국과 민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현대사에 대한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공부 그리고 현장 답사 등을 통해 당시 굵직한 사건들을 만화적으로 재구성했다. 강 작가는 우리의 슬프고 어두운 과거사를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경쾌하게, 때로는 비장하고 긴장감 있게 연출하고 있어 작품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영화제작사 '백그림'과 조국과 민족의 영화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한희성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웹툰이 국내외 콘텐츠의 새로운 원천이 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웹툰별로 여러 콘텐츠 활용 방안을 계속 모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가 강태진의 데뷔작인 '애욕의 개구리장갑'은 과감한 성애 묘사와 파격적인 스토리로 독자와 평단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에 힘입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뛰어들었고, 그 첫 작품이 조국과 민족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