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기표를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투표사무원에 의해 저지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18층에 위치한 으뜸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 만난 정태근 으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사지마비 와상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인 없인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정 사무국장은 수족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 투표를 할 때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활동보조인으로 5년을 일했다는 박영범씨는 휠체어를 탄 정 사무국장과 함께 투표소까지 동행했다.
투표소에 도착해서 신분증을 꺼내 제시하고,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대리 투표 후 기표 용지를 봉해 기표함에 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 사무국장은 특정 후보를 찍어달라는 의사 표현을 하고 모두 박씨가 해줘야만 하는 일이다.
두 사람은 사전투표소가 마련돼 있는 구의3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정 사무국장에게는 구의3동 주민센터보다는 광장동 주민센터가 거리상 가깝다. 그런데 광장동 주민센터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길 경사가 높아서 위험하다. 활동보조인이 따라붙어도 만만치 않다. 정씨가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편을 선택한 이유다.
정 사무국장은 사전투표소로 가는 길에 “활동보조인과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는 걸 불법이라고 막아서는 투표사무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예전에도 영범씨와 동행할 때 저지를 당한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사무원들은 두 사람이 들어서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명의 사무원이 정씨를 막아섰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순간적으로 집중됐다. 정 사무국장은 자신보다 늦게 도착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를 빠져나갈 때까지 기표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 사무국장은 “선거사무원이 자기가 대신 기표를 해주겠다고 하더라”며 “활동보조인은 내 수족 같은 사람이니 비밀투표를 못하게 돼도 이해할 수 있지만, 선거사무원과 나는 일면식도 없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2007년 보건복지부 주도로 시작돼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표소에선 여전히 낯선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사무원들에게 중증장애인은 예외적으로 활동보조인을 대동해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한다”면서도 “(선거사무원들이) 비밀투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활동보조인을 막아 선 것 같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의 대리 투표가 정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중증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울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때는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한 손목 부착형, 입으로 기표 용구를 물고 기표할 수 있는 마우스피스형 기표 용구가 제공된다. 특수형 기표 용구만 있다면 활동보조인 없이도 장애인 스스로 투표할 수 있다는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정 사무국장은 “특수형 기표 용구가 있다면 스스로 투표하는 게 마음 편하고, 자존감도 상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기표를 혼자 하더라도 기표 용지를 접어 기표함에 넣는 과정에선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수형 기표 용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실제 이날 정씨가 투표소에 들어섰을 때 정 사무국장에게 특수형 기표 용구를 안내하는 사람은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수형 기표 용구 지급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요구하지 않았는데 특수형 기표 용구 사용을 권할 경우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18층에 위치한 으뜸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찾았다. 이 곳에서 만난 정태근 으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사지마비 와상장애인이다. 중증장애인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인 없인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정 사무국장은 수족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 투표를 할 때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활동보조인으로 5년을 일했다는 박영범씨는 휠체어를 탄 정 사무국장과 함께 투표소까지 동행했다.
투표소에 도착해서 신분증을 꺼내 제시하고,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 대리 투표 후 기표 용지를 봉해 기표함에 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 사무국장은 특정 후보를 찍어달라는 의사 표현을 하고 모두 박씨가 해줘야만 하는 일이다.
정 사무국장에게는 구의3동 주민센터보다는 광장동 주민센터가 거리상 가깝다. 그런데 광장동 주민센터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길 경사가 높아서 위험하다. 활동보조인이 따라붙어도 만만치 않다. 정씨가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편을 선택한 이유다.
정 사무국장은 사전투표소로 가는 길에 “활동보조인과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는 걸 불법이라고 막아서는 투표사무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예전에도 영범씨와 동행할 때 저지를 당한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사무원들은 두 사람이 들어서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명의 사무원이 정씨를 막아섰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순간적으로 집중됐다. 정 사무국장은 자신보다 늦게 도착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를 빠져나갈 때까지 기표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 사무국장은 “선거사무원이 자기가 대신 기표를 해주겠다고 하더라”며 “활동보조인은 내 수족 같은 사람이니 비밀투표를 못하게 돼도 이해할 수 있지만, 선거사무원과 나는 일면식도 없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2007년 보건복지부 주도로 시작돼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표소에선 여전히 낯선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사무원들에게 중증장애인은 예외적으로 활동보조인을 대동해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한다”면서도 “(선거사무원들이) 비밀투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활동보조인을 막아 선 것 같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의 대리 투표가 정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중증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울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때는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한 손목 부착형, 입으로 기표 용구를 물고 기표할 수 있는 마우스피스형 기표 용구가 제공된다. 특수형 기표 용구만 있다면 활동보조인 없이도 장애인 스스로 투표할 수 있다는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정 사무국장은 “특수형 기표 용구가 있다면 스스로 투표하는 게 마음 편하고, 자존감도 상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기표를 혼자 하더라도 기표 용지를 접어 기표함에 넣는 과정에선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수형 기표 용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실제 이날 정씨가 투표소에 들어섰을 때 정 사무국장에게 특수형 기표 용구를 안내하는 사람은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특수형 기표 용구 지급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요구하지 않았는데 특수형 기표 용구 사용을 권할 경우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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