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선거제도 개편이 실제로 이뤄질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미온적이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다음 총선 전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가 개편되는 것을 찬성하고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이런 부분이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여야의 입장은 엇갈린다. 거대양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동의를 하면서도 논의를 시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고,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협의를 해봐야 된다”고 했다.
반면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올해 안에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최선이고, 그렇지 않다면 협상을 통해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까닭은 각 당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거대양당의 의석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거나 의원 정수를 증원할 필요가 생기는데 이 또한 만만찮은 문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비례성 강화’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선 각 지역구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 패배한 후보를 향한 표는 사실상 ‘사표(死票)’가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만큼의 민의를 비례대표를 통해 보장해주자는 취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선거제도 개선방향’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 결과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하면 △한국당은 105석 △민주당 86석 △국민의당 83석 △정의당 23석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양당의 의석이 줄어드는 대신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의석이 늘어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 2015년 2월 정당의 지역편중을 완화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먼저 전국을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으로 나누고,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한다. 이어 권역별로 확정된 의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 단위로 나눈 까닭은 각 정당의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을 다소 완화하자는 취지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제안을 실현하기 위한 의석수 조정도 제안했다. 현재 지역구 253석 + 비례대표 47석의 구조를 지역구 200석 +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비례대표 정수를 증원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비례성 강화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더라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의원정수를 증원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구 의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없애고 선거제도 개혁을 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역구는 손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 47명 갖고는 안 된다. 최소한 100명의 비례대표가 필요하다”며 “국회 예산을 10년간 동결하고, 국회의원 300명에게 주는 세비를 353명에게 나누면 국민이 양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도 의원수를 증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주요 정당에선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국민적 역풍을 두려워 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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