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글씨,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한 보험 약관(계약서)은 잘못이다"
자동차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사가 ‘나이한정 운전특약’에 대한 약관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회사는 해당 특약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가스판매업체 A사가 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약관무효확인 소송에서 “보험자는 보험계약 체결시 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된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져야 한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A사는 다수의 직원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차량에 대해 ‘35세 이상 한정 운전 특약’을 설정하고 B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32세인 A사 직원이 해당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A사는 해당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B손보 측은 운전자의 나이가 특약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법원은 보험금 지급 거절의 결정적 사유가 된 '나이한정 특약'에 대한 설명 의무를 보험사가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보험계약서에 기재된 ‘만 35세이상운전’ 문구가 띄어쓰기 없이 작게 인쇄돼 계약자 입장에서는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고, 갱신계약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상품 약관에 대한 설명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보험자가 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약관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며 "피고가 해당 보험에 설정된 특약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법인의 업무전용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약관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A사를 대리한 문성준 한유 대표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은 보험계약을 매년 갱신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할 수 있는 약관설명의무를 다시 한 번 강조한 판결"이라며 "다수 차량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약관설명의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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