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이 정부에 요건을 갖춘 스타트업과 거래소에 ICO(암호화폐 공개)와 신규 계좌 발급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해외 주요 국가보다 실질적인 규제 정책을 마련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선도하자는 취지다.
진 협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블록체인’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에 디지털토큰산업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선별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시장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ICO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미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해외보다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진 협회장은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절한 정책‧규제 등을 마련,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 협회장은 “해외 주요국보다 먼저 규제정책의 ‘글로벌 표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선별적 지원보다 시장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할 수 있는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일정 요건을 갖춘 스타트업에 ICO를 통한 토큰 발행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ICO 시행 여부에 대한 백서를 검토하는 사전 규제와 자금사용 내역, 재무제표 등 공시‧감사 의무를 시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사후 규제를 담았다.
진 협회장은 자격을 갖춘 거래소에 한해 신규 계좌 발급을 재개하자고 덧붙였다. △자기자본금 20억원 이상 △토큰상장위원회 운영 △상장기준 및 상장요금 공개 △민원관리시스템 및 센터 구축 등의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했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신원확인, 거래기록 보관 등과 해킹 방지를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에 취약 점검을 받도록 했다.
진 협회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국내 ICO 허용으로 스타트업 육성과 신규 고용시장 창출,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며 “토큰 거래 시장의 투기성‧사행성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로 혼용되는 용어를 ‘디지털 토큰’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가상(Virtual)이란 단어는 실체가 없는 의미라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암호(Crypto)라는 단어는 자금세탁, 불법거래 등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또 화폐라고 부르기엔 지불 기능이 제한적이란 점도 감안됐다.
진 협회장은 “현재까지 통용되는 명칭은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를 불러온다”며 “블록체인 태생에 근접하고 상식적인 의미를 담은 디지털 토큰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진 협회장은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회장이다. 삼성전자 재직시절 세계 최초 16메가 D램을 개발한 주역으로 유명해졌다. 2003년부터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현재 IT기업 전문 펀드운용 기업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주목받는 기술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특히 산업의 쌀이 철강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 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다. 블록체인은 전력 거래, 음원‧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거래 시에 투명한 수수료, 저작권 분배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류 산업에선 채굴과 가공,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기술로도 활용된다. 금융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활용해 고객 확인정보를 공동 저장‧관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블록체인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로 사회와 산업을 구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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