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오랜 집권 파트너인 기독사회당(기사당)이 대표적인 텃밭인 독일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도 채우지 못하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은 것.
BBC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기사당은 36.2%를 득표한 것으로 ZDF 출구조사에서 나왔다. 기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기사당을 지원했음에도 불구, 5년전 47.7%에서 10%포인트 이상 미끄러진 것이다.
유권자들은 중도우파 기사당 대신 좌파 녹색당과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사당은 득표율 1위임에도 실망스러운 성적에 고개를 떨구었고 18%를 득표하면서 2위로 뛰어오른 녹색당과 10% 득표율로 처음 바이에른 주의회에 입성하게 된 AfD는 축제 분위기였다.
기민-기사당과 연방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도 5년 전에 비해 득표율이 반토막이 나면서 9.6%에 그쳤다.
독일의 이민 문제가 이번에도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대연정을 구성하는 기민-기사-사민당은 이민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파열음을 냈다.
실제 개표 결과가 이대로 나올 경우 기사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안정적으로 주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민당과 표를 합쳐도 과반을 넘지 못해 연정구성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마인츠대학의 위르겐 팔테르 정치학과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바이에른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기사당과 바이에른은 동의어처럼 통했다.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바이에른주는 대표적인 보수층 지역으로 중도 우파인 기사당의 텃밭이었다. 기사당은 1957년 이후 줄곧 바이에른 주에서 집권해왔다.
전문가들은 전통 강자인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추락하는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가 현재 독일 전국의 상황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사우언론연구소의 하인리히 오버로이터 연구원은 FT에 “이번 결과는 대연정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웠다”면서 “현재 분위기라면 기민-기사-사민당이 총선을 치르더라도 하원 과반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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