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미·일 무역협상에서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를 막는 환율조항을 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출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시 국무회의에서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내년 10월에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1.87%(423.36포인트) 추락한 2만2271.3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21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다.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전일 대비 27.01포인트(1.59%) 떨어진 1675.44를 기록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므누신 장관은 일본과 진행할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에서 엔저 유도를 봉쇄할 환율조항을 일본에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무역협상에서 어떤 나라와도 환율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역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환율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거론하자 현지 매체들은 향후 미국이 일본의 엔고 저지 노력을 환율 조작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이 여파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2% 떨어진 111.94엔을 가리켰다. 엔화 가치가 오른 것이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따른 엔화 상승폭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는 평가지만 엔저 효과를 통한 기업 실적 기대감을 키우던 증시의 충격은 훨씬 컸다.
특히 도요타, 혼다, 히타치, 파나소닉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혼다의 경우 1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오를 경우 영업이익이 140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즈호은행은 엔화의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미즈호은행은 "이번 주 일본 증시에 하방 압력이 이어지면서 엔·달러가 110엔 수준을 향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중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무역협정을 진행 중인 모든 국가를 향해 환율 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앞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새 버전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도 경쟁적인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등에서 경쟁 목적의 환율 조작을 지양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적은 있지만, 주요 무역협정에서 이 같은 환율조항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이 대일 무역에서 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환율조항을 들어 환시의 구두 개입이나 일본은행의 통화부양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었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미쳤다”는 표현을 동원하면서 달러 강세의 배경이 되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달러지수는 지난 4월 저점 대비 현재 7% 가까이 오른 상태다.
한편 이날 일본 외에도 아시아 증시 전반이 부진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 우려에 직면한 중국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오후 3시 현재 1.3% 하락했으며, 홍콩 증시의 항셍 지수도 낙폭을 1% 넘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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