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기 연장 간접비 소송 패소…1조2000억원 부담 떠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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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11-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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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내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장기계속공사의 총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간접비를 발주처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1조2000억원 규모의 간접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현대건설 등 12개 건설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이번 소송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가 완공 예정일이었던 2011년 3월로부터 21개월쯤 연장되면서 촉발됐다. 발주처인 서울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공기를 늘려 건설사들과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추가로 발생하는 간접비를 반영해 계약금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무려 6년 넘게 진행된 이 소송에서 승기는 서울시에 돌아갔다. 대법원은 건설사들이 지급 청구한 추가 발생 간접비 총 280억원에 대해 "총 공사기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간접비) 증액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기계속공사의 경우 총 공사금액이나 총 공사기간은 연차별 계약의 잠정적 기준에 불과하다는 논지다. 실제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장기계속공사의 총 공사금액을 '부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당장의 패소보다 대법원의 판례가 계속 인용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장기계속공사에서 예산 부족, 민원 발생, 용지 보상, 이주 지연 등 발주처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들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협회 차원에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공공공사에서 이런 기본적인 책임이 간과되는 것이 정부의 '갑질'이 아니면 뭐겠느냐"고 말했다.

또 간접비는 건설사 실적 발표 시 논란이 되는 미청구공사 금액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금액은 미리 반영한 수주 매출의 대금 일부를 제때 못 받는 것을 의미한다. 간접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실 요인으로 꼽힌다.

B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발주처에서 장기계속공사의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을 회피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업계와 국민이 지게 된다"며 "장기계속공사를 계속비 공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갑질이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동시에 "발주자의 책임에 따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워낙 고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조속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C건설사 관계자는 "오죽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겠느냐"며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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