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예비 전력 38% 달해…올겨울 남는 전기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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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2-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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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전설비 늘어나고 따뜻한 기온 영향

  • "전력 공급확충보다 수요 관리해야"

[사진 = 연합뉴스] 

올해는 역대 겨울철 가운데 전기가 가장 많이 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비교적 따뜻하고 발전설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인 이번 겨울의 예비전력 지표들은 1993년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시스템(EPSIS)을 구축한 이래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에너지 업계와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겨울 최대전력수요는 지난해 12월 28일의 86.1GW였다. 당시는 전국이 영하 7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전력 설비예비력은 33.0GW(설비예비율 38.3%), 공급예비력은 14.8GW(공급예비율 17.1%)로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1GW로 봤을 때 설비로는 33기, 공급면에서는 15기 정도의 원전이 남아도는 셈이다.

전력 설비예비력은 전체 발전설비 용량 중 최대전력 수요를 상회하는 예비전력을 말하며, 공급예비력은 이중에서도 고장 또는 예방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불가능한 발전기를 제외하고도 남는 예비전력을 뜻한다.

최근 석유나 가스 대신 전력으로 난방설비를 가동하는 전력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연중 전력수요는 일반적으로 여름철보다 겨울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연중 전력피크에서 여름이 겨울보다 더 높았던 경우는 2016년과 지난해 두 번뿐이다.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7월 24일 최대 전력수요가 92.5GW까지 치솟으면서 설비 예비력은 24.7GW까지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올겨울에 전기가 많이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최대전력수요 증가에 비해 설비용량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과거 10년 동안 겨울철 예비력이 가장 낮았던 2011년 1월의 최대전력수요 73.1GW와 비교하면, 최대전력수요는 18%가량 증가한 반면, 설비용량은 같은 기간 76.1GW에서 119.1GW로 56%로 훌쩍 뛰었다.

가정과 사무실, 공장 등에서 전기를 쓰는 최대전력수요 증가율보다 발전소 확충 등에 따른 설비용량 증가율이 훨씬 앞선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과 2017년 두해 사이에 석탄발전소만 11개가 준공되면서 발전 설비용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도 잇따라 지어지면서 설비용량은 올겨울 119GW를 돌파하며 사실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설비용량이 늘어난 것은 탈원전 정책과는 상관 없다"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우선으로 한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것으로 석탄발전소의 경우 허가에서 실제 준공까지 8년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 동안 겨울철 예비전력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1월 3.0GW(설비예비율 4.1%)에 불과했던 설비 예비력은 2014년 12월에는 13.1GW를 기록하며 10GW를 넘어섰으며, 올 겨울에는 33GW로 11배까지 증가했다.

공급예비력도 2011년 1월 가장 낮은 4.0GW(공급예비율 5.5%)에 불과했으나 올겨울에는 14.8GW(공급예비율 17.1%)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겨울 전기가 남아도는 또 다른 이유는 날씨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자료에 따르면 직전 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0.8도를 기록하며 유난히 추웠지만 올겨울 전국 평균 기온은 0.7도로 지난해보다 약 1.5도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가 더 남아돌아 설비예비력은 전년 겨울 28.2GW에 비해 4.8GW 더 남는 상황이며, 공급예비력도 전년 겨울 12.9GW에 비해 1.8GW 여유가 생겼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2∼3월 중 혹한이나 꽃샘추위가 닥쳐, 올 겨울 최대전력피크인 86.1GW를 넘는다고 해도 전력수급엔 여전히 여유가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전력 비상에 대비한다는 이유에서 무작정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 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이전부터 제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도는 전기가 많을수록 환경문제는 물론 국가적 인프라 낭비가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며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이제는 발전소를 더 짓는 공급 위주에서 수요 관리로 옮겨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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