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 신흥국지수는 오는 5~11월 3차례에 걸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A주 비중을 단계적으로 5%에서 20%까지 늘린다. 다시 신흥국지수를 놓고 보면 중국 A주 비중이 0.72%에서 3.33%로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는 11월에는 MSCI 신흥국지수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과 중형 A주까지 추가로 담기로 했다. MSCI 신흥국지수는 5~8월 사이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도 새로 넣는다.
◆외국인 2조원 안팎 팔아치울 가능성
우리나라 역시 MSCI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다. MSCI가 예고한 지수조정을 마치면 신흥국지수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13.6%에서 12.7%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2조원 안팎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코스피에서 64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주식을 산 날은 6일(56억원) 하루뿐이었다. 코스피는 이 기간 2195.44에서 2138.10으로 2.61% 내렸다. 외국인은 1~2월만 해도 4조8100억원을 사들여 지수를 9%가량 끌어올렸다.
MSCI 지수조정으로 2조원 안팎이 빠져나간다는 계산은 패시브펀드만 반영한 것이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뿐 아니라 주식을 골라 담는 액티브펀드까지 합치면 이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액티브펀드를 포함하면 빠져나가는 돈이 10조원을 넘나들 수 있다"며 "MSCI가 중국 A주를 100% 편입한다면 우리나라 비중은 10.5%까지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에는 이탈하는 자금이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를 합쳐 2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우라는 의견도 나와
MSCI 지수조정이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애초 2차례로 나누었던 지수조정 횟수를 이번에는 3차례로 늘렸다. 그만큼 지수조정을 분산시켜 반영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얘기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고돼온 악재라 도리어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액티브펀드가 우리나라 주식을 더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시브펀드도 3차례로 나누어 자산을 조정하는 만큼 한꺼번에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투자심리에는 꾸준히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주식까지 편입돼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주식시장 수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이 많이 샀던 종목을 먼저 내놓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영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은행과 음식, 전자업종을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이 샀다"며 "이번 1분기도 실적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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