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여는 중국에서 돈을 벌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19)'에서 이렇게 내다보았다. 그는 "중국 금융시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중장기적인 우리나라 성장세도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강한 통상압력을 받고 있고, 금융시장을 여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압력을 누그러뜨릴 출구전략으로 금융시장 개방을 택할 거라는 얘기다.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2021년까지 자국 금융사에 대한 외국인 출자 한도를 단계적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가 투자할 수 있는 한도액을 15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1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도 이른 시기에 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500조원을 넘어서는 중국 정부조달시장을 외국 기업에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치훈 팀장은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려고 할 뿐 아니라 금융시장 개방에도 노골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분쟁이 길어지면 두 나라가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에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회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미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중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금융·투자 부문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우리 금융사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에 뛰어들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국인 비중도 늘어날 것이다. 한·중 주식시장이 교차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치훈 팀장은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대중국 무역에서 우위를 누려왔다"며 "지리적인 이점과 맞물려 금융 부문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위기 요인도 많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는 주변국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도리어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재정적인 여력을 바탕으로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해왔다.
미·중 정상이 무역협상에 서명하면서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도 있다. 중국이 대미 반도체 수출을 늘리면 곧장 우리가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은 구조적인 속성상 최종적인 해결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두 나라가 모두 경기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고, 표면적으로는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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