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은 장기화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까지 무역분쟁 이슈를 끌고 갈 확률이 높다."
'2019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2019)' 둘째 날인 14일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주제가 대거 등장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유럽팀 부연구위원은 G2 간 대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핵심 미래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2020년 대선에서의 재선"이라며 "올해 안에 협상을 마무리짓기보다는 2020년까지 이슈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도 이날 특별강연에서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쉽게 마무리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국가경제와 정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미국이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는 등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고,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패할 경우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10년간은 현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 관점에서는 현재까지 무역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크진 않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류루이(劉瑞)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액이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대규모로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양국의 실업률(중국의 경우 도시실업률) 변화 자체가 미미한 것도 배경으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계속해서 지금처럼 영향이 미미할지 알 수가 없다"며 "안전벨트를 잘 매야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양국의 무역분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팀장은 "미국은 중국의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과 기술경쟁 우위 선점을 위해 노골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무역분쟁이 길어질 경우 두 나라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나라 간 합의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촉매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출구전략으로 금융시장 개방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예를 들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추진되면 국내 금융사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며 "또 중국 정부 주도 사업에서 외국인의 참여 비중을 늘릴 수 있어 한국과 중국 증시의 교차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안전한 투자처인가에 대한 강연에서는 중국경제와 증시 모두 안정화를 찾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높은 기술경쟁력과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 등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즉, 투자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14억5000만명이라는 거대 소비시장과 원활한 자금조달 환경,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등이 경쟁력이라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증시와 관련해 "상반기 경기 부양책, 환율 안정, 무역 분쟁 완화 등이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이익이 2분기에도 하락하지 않는다면 3‧4분기에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 세션에는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가 '미래를 개척하는 한민족 DNA'라는 강연을 펼쳤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회의 땅 한반도를 중심으로 17년 후에는 세계 6위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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