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형 TV는 몇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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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3-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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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아이클릭아트]

"갤럭시A70은 그동안 공개된 갤럭시A 시리즈 중 가장 큰 6.7형의 화면을 자랑한다."

"6.1형 대화면에 극한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적용된 'G8 씽큐'의 승부수는 'Z카메라'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QLED 8K는 기존 65∙75∙82∙85형에 98형과 55형을 추가한 총 6개 모델로 운영된다."

TV나 스마트폰 관련 기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생소한 단위가 있습니다. 바로 '형'입니다. 화면의 크기를 나타날 때 주로 쓰이는데요. 6.7형은 어느 정도의 길이를 나타내는 것일까요.

환산할 경우 1형은 2.54㎝에 해당됩니다. 2.54㎝라는 길이에 기시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맞습니다. 형은 인치와 사실상 동일한 단위입니다. 100형의 길이는 254㎝인 셈입니다.

왜 인치 대신 형이라는 낯선 단위를 쓰는 것일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2007년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법정 계량형이 통일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인치와 피트, 파운드와 온스 대신 센티미터(㎝)와 미터(m), 킬로그램(㎏)과 톤(t)의 사용이 의무화됐습니다. 상거래나 광고에서 인치 등 비법정단위를 사용할 경우 벌금 또는 과태료를 물게 됐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등장한 게 '형'입니다. 단위가 아니라 일종의 모델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단위를 표준화하는 이유는 뭘까요. 190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계량형 통일의 당위를 잘 설명해주는 사례입니다. 당시 도시 중심가를 집어삼킨 큰 불길이 일어나면서, 인근 도시의 소방관들 1000여명이 볼티모어에 모였습니다.

정작 볼티모어에 도착한 이들은 불길을 잡지 못했습니다. 도시마다 소화전 규격이 달라 소방장비에 급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999년 미국 화성 탐사선의 폭발 또한 엔지니어가 로켓의 추진력을 미터법이 아닌 야드-파운드법으로 계산하면서 발생한 오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런 사례들만 보더라도 법정단위의 정착은 분명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법률 개정 12년이 지났음에도 전자업계에서는 법정단위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우선 제품 설명에 법정단위를 새로 등장시킬 경우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랫동안 화면의 대각선 길이를 인치로 표기해 왔는데, ㎝로 표기할 경우 오히려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이 여전히 인치를 고집한다는 것 또한 법정단위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개정 이후에도 정부에서 단속과 처벌을 앞세우기보다 자발적으로 법정단위가 정착되기를 유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와 인치를 함께 표기하는 쪽으로 관련 법령을 현실화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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