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219조1000억 위안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253.1%에 달한다.
중국 부채 중 기업부채가 61%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말 기준 GDP 대비 155.1%로 주요국보다 높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1990년대 초반 일본 버블 붕괴 당시 수준(141.6%)을 넘어섰고, 미국 기업부채 비중(74.4%)의 2배 이상이며 전 세계(93%), 신흥국(97%)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의 부채가 GDP 대비 막대한 규모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향후 성장 둔화로 부채비율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의 부채 증가가 ‘위험한 궤도’로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중국발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IMF는 2022년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3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동철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를 흡수할만한 견조한 성장률이 뒷받침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국경제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과도한 부채는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약화시키고 금융위기를 촉발할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있다는 점도 중국의 부채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 규모는 공식통계에 따르면 16조5000억 위안이지만, 이외에 파악되지 않은 부채까지 포함하면 최대 55조 위안로 추정된다.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는 주로 LGFV(지방정부 융자플랫폼)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지방 정부의 제한된 재정 예산 및 인프라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난 심화로 LGFV를 통한 우회적 재원조달이 증가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국 지방 정부 채권 및 부동산개발업체의 채무 만기도래가 확대돼 향후 채무불이행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정부 채권 물량은 1조3650억 위안 가량이며, 부동산 개발 기업의 만기도래 부채규모는 3850억 위안이다.
만약 부동산 경기둔화세가 심화될 경우 부동산개발 수익이 하락하면서 지방정부의 채무상환능력도 저하되고 부동산 기업이 디폴트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커지면서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인 부채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중 간 무역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은 경기하강이 심화되고 회사채 만기도래가 급증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신용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기부양에 방점을 두는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도 중단기적으로 중국의 부채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자 올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6.6%를 기록했다. 이는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대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을 6.2~6.3%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대규모 감세와 각종 수수료 인하, 재정확대 정책,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을 대폭 증대할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방 인프라 개발사업을 통해 1조39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조기 승인했다.
사 수석연구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부채리스크를 오히려 확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물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와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이 장기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 수석연구원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두고 단순히 유동성 공급에만 주력하면 자금이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만약 미중 무역협상이 조기에 일정 수준에서 봉합되고 부양효과에 따른 경기 안정화가 가시화되면 정부 당국은 다시 디레버리징(부채감축)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