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그렇게 귀결될까? 핵보유국인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로 치닫기에는 안전장치가 많다. 그렇다면 강국인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류루이(劉瑞)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이번 무역전쟁의 결과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무역전쟁 사례와 달리 미국과 중국의 힘이 일방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 나라는 경제·무역 관계로 얽혀 있으며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화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액은 무역전쟁 이후 감소 추세이나 감소폭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양국의 실업률(중국의 경우 도시실업률)은 변화 자체가 미미하다.
류 부원장은 양국 모두 무역전쟁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 대비를 한 덕에 극심한 피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두 나라가 당장 피해가 나타날 정도로 강도 높게 전쟁을 벌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 대신 류 부원장은 두 나라의 싸움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 번에 맞붙어 승패가 나뉘기보다는 오랫동안 충돌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패자가 도태되리라는 시각이다.
류 부원장은 "중국과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서로 안정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맺었으며 이를 단번에 청산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둘의 이익 갈등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라 충돌과 화해는 주기적으로 순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에서 류 부원장은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두 나라가 각자 경제 성장·발전을 추진할 것으로 봤다. 특히 그의 모국인 중국은 경제의 질적 성장이 한창 진행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3년 후인 2022년에는 경제 구조가 최적화돼 가시적으로 경제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두 가지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 중국 산업 기업의 부채율이 56% 수준으로, 만일의 경우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용대출 규모가 지난해 203%에 이르렀다며 상당한 금융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리스크 모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어, 심각한 위험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류 부원장은 "만약 무역전쟁이 2~3년 이후에 일어났다면, 중국이 더 성장해 핵심기술도 더 많이 파악한 상태라 지금과 전쟁 양상이 달랐을 것"이라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흥국인 중국에 유리한 면이 있기에 미국이 무역전쟁을 급히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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