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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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04-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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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역할과 의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두고 표 대결을 벌였지만,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재벌 오너도 주주 의결권 앞에선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죠.

대한항공 사례와는 결이 다르지만, 요즘 벤처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의결권을 행사할 때 1주당 1표가 아닌 주당 2~10표를 보장하는 셈이죠.

민주주의가 1인 1표에서 시작됐고, 주식시장은 1주 1표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차등의결권은 조금 낯선 개념이기도 합니다.


◆ “차등의결권, 벤처 활성화 첫 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


지난 2월 벤처기업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감담회 자리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이 때부터 차등의결권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죠.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등의결권 도입은) 벤처업계에서 여러 차례 요구해 온 사안"이라며 "엄격한 요건에서 한정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습니다.

벤처업계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본력이 부족한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기업을 만들어도 회사 확장을 위해선 투자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 유입으로 경영권이 흔들리고, 처음 창업했을 때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애써 기업을 일궈도 나중에는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고, 이는 창업 의욕을 억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거죠.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한 간담회 자리에서 “차등의결권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협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라며 “지금 논의되는 게 비상장사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차등의결권은 상장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벤처 투자 억제할 것”

차등의결권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우선,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 처음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지만, 추후에는 대기업까지 권리를 주장해 재벌들의 경영권 강화방안에 쓰일 수 있다는 논리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도 차등의결권은 도입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이전보다 더 투자 결정에 고심하게 된다는 겁니다. 투자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많은데, VC 투자 문화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시각입니다.

로키 텅(Rocky Tung)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아시아본부 디렉터는 “북미 일부 기업에서 차등의결권 구조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며 "CFA협회는 1주 1 의결권 원칙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기초라고 믿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묘수이냐, 투자를 위축시키는 걸림돌이냐. 차등의결권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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