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동네에서 변태 취급까지 받았던 이지웅 대표가 만든 생리대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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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5-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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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휴대폰? 휴지? 노트? 등 다양할텐데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생리대. 꼭 필요한 것들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심지어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하여 큰 충격을 가져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생리대를 1개 구입하면 1+1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생리대가 기부되는 착한생리대 만든 생리대 만드는 청년으로 잘알려져 있는 이지웅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누군가의 작은 실천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크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여러분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사회의 불편함이나 문제를 느끼는 것이 있다면 개인을 넘어 사회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 이지웅 대표 제공/ 생리대 만드는 청년 이지웅 대표 ]


Q. 착한생리대는 무엇이고 착한생리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생리대 프로젝트는 2015년 가을 저와 같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멘토링하면서 처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는 기회가 종종 있는데 무엇이 경제적으로 힘드냐고 물었을 때 ‘생리대’라는 단어를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직접 생리대를 구매해보게 되었고 생리대는 생각보다 비싼 금액이었지만 제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렀는데 2016년 봄에 바로 깔창생리대 사건이 터지면서 그 문제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기업이나 혹은 개인이 나서서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서로의 탓만 하고 해결하지 않는 걸 보면서 그 피해를 아이들이 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화가 났습니다. 생리대에 대해 글을 올렸고 하루 만에 좋아요와 댓글 공유수가 6만 건 이상 되면서 사람들이 펀딩을 해주셨고 그렇게 생리대를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진= 이지웅 대표 제공/ 착한생리대]

Q. 사범대를 나오고 군인이 꿈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딜럽에 이어 업드림코리아의 대표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교사나 직업군인 같은 안정적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 당시에는 사명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돈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싶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명은 없었고, 그렇다고 돈만 버는 일은 싫었는데 우연찮게 대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로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기면서 세계일주를 떠나게 되고 마지막 여행지 인도에서 쓰레기를 주워먹는 아이들을 보며 부자와 가난한 자의 중간을 맞추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 후에 소셜벤처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생리대를 만든다고 했을 때 변태 취급까지 받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사연인가요?

A. 막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찰서에 가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웃음) 그냥 하도 생리대를 종류별로 매일 같이 사가니까 동네 마트에서 저를 다들 이상하게 보곤 하셨어요.

계산대에 할머니는 저보고 왜 자꾸 그런 거 사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그냥 웃을 뿐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이셨나봐요. 지금은 다들 응원해주시고 좋아해주세요.

Q. 착한생리대를 출시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A. 그동안 고생했던 건 진짜 말로 다 못하죠. 생리대 비교해보겠다고 우리나라 생리대라는 생리대는 다 사보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마존, 알리바바에 있는 생리대랑 해외 생리대 브랜드 살 수 있는 건 거의 다 산 것 같아요.

택배비만 30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 그렇게 비교해서 만들고 싶은 생리대가 생겼는데 생산시설을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대부분 공장을 잘 공개하지 않거든요. 어떤 공장은 아예 못 오게 하시고, 어떤 공장에서는 공장 숙소에서 자고 오기도 했어요.

그러다 외국에 수출하는 대형 공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해외에 공장을 직접 찾아다녔는데 옷 2벌 가지고 간 출장에서 공장 못 찾아서 15일 동안 한국에 못 돌아오고 옷 2벌 빨아입으면서 공장을 찾기도 하고 그 더운 여름에, 그 추운 겨울에 정말 말로 다 못해요.

가끔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영업방해 하거나 저희 아무것도 없는데 신고하는 곳도 있었고. 쉽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진정성 있게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이지웅 대표/ 착한생리대를 함께 만든 업드림코리아 팀원들]


Q. 많은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데 생리대를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말 그대로 사회적기업은 돈을 벌어서 기부하는 곳을 찾는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는 생리대 문제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생리대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건 생리대였죠. 단순히 그거였어요. 사람들은 안전한 생리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우리는 유통채널에 안 들어가고 그 수수료와 우리 수익을 합해서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하자. 그게 다에요.

Q. 기존에 운영하던 딜럽과 함께 운영이 되는 건가요?

A. 딜럽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여서 지금은 제가 직접 관리하진 않지만 실장님들을 통해 잘 운영되고 있어요. 올해는 새로운 컨셉으로 리뉴얼 되기도 하구요. 아마 회사 단위에서는 함께 운영하지만 팀은 지금처럼 철저히 분리되서 부서별로 움직일 거에요.

Q.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가 되고 기부는 같은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건가요?

A.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에요. 여러명을 돕는 거보다 한 명에게 지속가능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해요.

저희는 생리대를 판매하고 판매된 수량을 체크해요. 그리고 그 판매된 수량만큼 분기단위로 국내 NGO인 굿네이버스를 통해 전달합니다. 저희가 그 아이에게 직접 줄 수도 없고 정보를 받는 것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서 굿네이버스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쉽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경험으로 삶에 이어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가장 달라진 거라면 ‘그냥 내가 오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에요. 이전에는 뭔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기존 것들을 망치고 있었다면 지금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요.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바로 해결하려고 부딪히고. 한 가지 분명 한 거는 안정적인걸 추구하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요.

Q. 많은 해외봉사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가슴 아팠던 경험이 있었나요?

A. 가슴 아픈 일들은 너무 많아요. 캄보디아도 그렇고 유기견 센터도 그렇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괴롭히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가슴 아픈 건 그들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닌데 이 사회는 그게 마치 그들의 ‘죄’인 것처럼 치부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가슴 아픈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을 잘못된 잣대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 아프고 화가 나는 것 같습니다.

Q. 이지웅 대표는 학창시절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저는 저를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분명한 거는 놀고 장난치기 좋아하고, 목소리 크고, 뭐 하나가 있으면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동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저는 하나 꽂히면 될 때까지 한다고 사회나가도 절대 안 굶어 죽을 거라는 이야기였는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Q. 착한생리대를 출시하면서 느낀 사회문제나 이를 경험으로 가장 “해보고 싶다”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진짜 좋은 생리대가 무엇인지. 마케팅 중에 잘못된 건 무엇이고, 무엇이 팩트인지 사람들은 정말 대다수가 몰라요. 예를 들면 여성질환을 무엇이 일으키는 건지, 생리대가 여성질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같은, 그래서 의사선생님들 다 모셔놓고 왜곡된 정보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 받는 시간을 만들어 교육 자료로 만들고 중, 고등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고 싶어요. 중요한 건 그들이 알아야하니까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 아픔이 컸다고 여러분의 아픔이 작지 않고, 그렇게 말할 수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만약 세상에 신이 있다면 신은 인간에게 더 좋은 걸 주기위해 지금의 것을 포기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더 좋은 것이라는 게 그 다시 좋은 것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기대’ 그 자체가 선물인 듯 해요. 어린 시절에는 그 당시에 내가 사라질 만큼 고통스러웠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은 아이들을, 사람들을 이해하라고 그런 과정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랬기에 지금의 이지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다시 일어서시고, 다시 걸으시고, 꼭 이 다음에 정상에서 다시 만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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