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 대기업을 포함해 20곳 이상이 점보그룹의 문을 두드렸지만, 합작법인 계약서에 사인한 회사는 없었다. 중국어권이 아닌 곳과는 손을 잡지 않는다는 게 점보그룹 철칙이었다.
‘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을 운영하는 디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싱가포르에 직접 건너가 점보그룹을 설득했다. 그만큼 점보씨푸드가 국내에서 성공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결국 디딤은 비(非) 중국어권에서 처음으로 점보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외식 기업이 됐다.
◆디딤-점보, 도곡에 1호점 낸 이유는
15일 디딤과 점보그룹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문을 연 점보씨푸드 국내 1호점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이범택 디딤 대표와 앙 키암 멩 점보그룹 대표, 임재준 제이디 에프앤비(JD F&B)가 참석했다.
점보씨푸드는 싱가포르 외식기업 점보그룹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주요 9개 도시에 총 17개 매장이 있다. 대표 메뉴로는 칠리 크랩과 블랙페퍼크랩이 꼽힌다.
디딤과 점보그룹은 지난 2월 국내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JD F&B를 설립했다. 지분 비율은 디딤의 자회사인 TCI와 점보그룹이 각각 50 대 50이다.
점보씨푸드 1호점은 약 992㎡(3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내부는 홀과 룸으로 나뉜다. 특히 인테리어는 싱가포르 현지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매장 입구에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상상 속의 동물 머라이언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디딤과 점보그룹은 왜 강남 한복판이나 이태원, 홍대도 아닌 도곡을 1호점 자리로 택했을까.
이범택 디딤 대표는 “국내 점보씨푸드 운영을 맡은 JD F&B와 입지를 물색하러 다니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300평 규모의 공간에 임대료, 상권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며 “외부 시선을 의식해 빚을 내면서까지 매장을 내는 것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도곡이 가장 적절했다”고 말했다.
JD F&B 관계자는 “점보씨푸드가 성공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도곡점을 시작으로 올해 경기도 일산 정발산에 2호점을 연다. 배달서비스 개시나 가맹사업 여부는 우선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면서 차차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킹크랩은 비싸다?···여럿 같이 올수록 저렴
점보그룹은 메뉴의 맛과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 싱가포르 본사 인력을 한국 점보씨푸드로 파견했다. 이미 도곡점 현장에 투입한 국내 인력도 싱가포르에서 몇 달간 훈련을 마쳤다.
주류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로 알려진 ‘타이거 맥주’를 들여왔다. 매장 관계자는 “당초에 타이거 생맥주를 판매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병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거 병 맥주는 가장 작은 용량인 330㎖ 짜리가 무려 8000원이다. 국산 맥주인 카스와 테라도 가장 작은 병 제품을 각각 6000원에 판다. 하이네켄 생맥주는 350㎖ 작은 한잔에 무려 9000원이다. 국내 일반 음식점 판매가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정도 비싸다.
주류 판매에도 현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술과 담배 등에 붙는 죄악세(Sin tax)가 붙어 주류 가격이 높은 편이다.
양광모 디딤 해외사업부 부장은 “점보그룹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현지화를 위한 메뉴 개발을 하지 않는다”며 “한국 점보 씨푸드 매장에서도 싱가포르 본점의 정취를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준 JD F&B 대표는 “킹크랩은 벌크(선박 단위)로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며 “4인 이상 방문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배불리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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