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400번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기온이 35도에 이를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 등 2만여명이 시위장을 찾았다. 머리와 옷 등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달았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1)가 “이렇게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할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도 발표했다. 이들은 “28년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작한 미투(me too)는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위드유(with you)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추방을 위한 연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국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 명예와 인권을 훼손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고 전쟁 범죄를 인정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남인순·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도 시위장을 찾았다. 심 대표는 “아베 도발을 좌시할 수도 좌시해서도 안 된다”며 “정부는 65년 체제 청산위원회를 구성해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징용 피해자 원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받아야 될 사과는 반드시 받아내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기념하는 세계연대집회도 열렸다. 기림의 날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를 첫 공개 증언한 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한 날이다.
이날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선 여성가족부 주최로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정한 뒤 열린 두 번째 기념식이다.
수요시위와 기림의 날 기념행사는 부산·울산·제주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도 열렸다. 특히 일본·미국·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 57곳에서 동시에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전시성폭력문제연락협의회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주최로 ‘잊지 않으리, 피해 여성들의 용기를’이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1400회째 이어지는 수요시위 역사를 조명하고 위안부 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거리 행진도 벌였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입구에선 위안부 피해자 추모 행사, 나고야와 교토에서는 릴레이 토크 등이 열렸다.
호주 시드니 일본총영사관 앞에서는 1400회 수요시위와 기림의 날 연대집회가 열렸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대만 타이베이 등에서도 기림일 연대집회가 진행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