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세 번째로 맞이한 15일 광복절 경축사는 고심 끝에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경축사는 3·1절 기념사, 국회 시정연설 등과 함께 대통령의 올해 연설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연설로 평가된다.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보복 조치 등 최근 한일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올해 경축사에 담길 대외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 탓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경축사를 준비하는 데에만 한 달 반 정도가 걸렸다. 더불어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일방적인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등이 지속되면서 이달 초까지 동북아 안보 정세가 급변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수위 조절'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 기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세 차례씩 여는 등 경축사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한 민정비서관실·정책조정비서관실·정무비서관실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경축사에 담겼으면 하는 내용에 대해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교수와 전문가,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 다수가 경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고, 경축사에도 이와 관련한 비중이 상당히 비중 있게 반영됐다.
청와대는 또 별도로 경축사의 영어와 일본어 번역본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영어 번역본을 별도로 작성한 적은 다수지만, 일본어 번역본을 준비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다. 경축사 메시지가 자의적으로 해석돼 잘못 전달되는 것을 막고자 정확한 번역본을 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역본은 정부 다국어 포털사이트 코리아넷 등에 게시될 예정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경축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광복 직후 문학작품 중 경제건설과 관련한 좋은 이야기를 찾아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경축사 도입부에 심훈의 '그날이 오면'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했다. 이 시는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중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한편,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상과 명언 등도 담겨 눈길을 끈다.
우선 평화·번영을 향한 우리의 기본정신을 강조한 구절에서는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三均主義)가 인용됐다. 조 선생은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했다.
아울러 우리 힘으로 경제 강국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자 쓰인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어구는 남강 이승훈 선생이 남긴 명언이다.
해당 어구는 경축식이 열린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가 어록비에도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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