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이 오는 20일 새 단장을 마치고 ‘더 가까운 음악, 더 깊은 이해, 더 즐거운 놀이’라는 표어를 내세워 재개관한다.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국악 전문 박물관이다. 1995년 개관 당시 국악박물관은 국립국악원의 부속 건물인 교육연구동 안에 자리 잡았다. 지상 4층으로 지어진 연구 교육동의 1층 전체와 2층 일부를 국악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2016년 국악박물관 재개관을 위한 시설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총 세 차례의 상설 전시가 진행됐다.
재개관을 위해 장소의 태생적인 한계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전 공사, 소방 공사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전에는 복도와 전시 공간이 따로 있어 좁았는데 이를 보수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은 전시 공간을 개보수하는데 8억7000만원, 전시 관련 준비를 위해 13억원을 사용했다.
심혐을 기울여 바뀐 공간은 국악을 더욱 친숙하고 깊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상설전은 음악을 이루는 요소들(악기樂器, 악보樂譜, 악인樂人)을 중심으로 ‘국악뜰’, ‘소리품’, ‘악기실’, ‘문헌실’, ‘아카이브실’, ‘명인실’, ‘체험실’의 7개 전시실로 구성했다. 관람은 무료다.
궁궐의 뜰인 전정(殿庭)에서 착안한 1층 중앙홀의 ‘국악뜰’(제1전시실)에는 궁중의례 편성악기 중 가장 큰 규모의 악기들을 배치했다.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연주를 13.1 채널의 입체감 있는 음향과 4K UHD(Ultra High Definition) 고화질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3개의 스피커를 통해 실제로 공연장에 온 것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디지털화된 방대한 국악 관련 콘텐츠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제3전시실 ‘악기실’에서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다양한 국악기와 그 소리를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연주로 52종의 국악기 연주를 녹음·촬영했고 이를 악기실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화왕산성에서 출토된 북의 복원·복제품 등 고대악기의 일면도 살펴볼 수 있다. 제주 무속 장귀, 동해안 무속장구, 물장구, 절고, 좌고 등 다양한 악기들이 흥미롭다.
제4전시실 ‘문헌실’에는 악보(樂譜), 무보(舞譜), 악서(樂書), 도병(圖屛) 등 음악과 관련된 역사적 서지류를 전시했다. 가장 오래된 관찬(官撰)악보인 ‘세종실록악보’, 국립국악원 소장 보물 1291호 ‘대악후보’와 조선후기의 역동적 음악 변모 양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민찬(民撰)악보들을 볼 수 있다. 서적을 넘기면 한문으로 된 각 페이지를 해석해주는 장치가 매우 흥미로웠다.
제5전시실인 ‘아카이브실’은 2007년에 설립한 국악아카이브 소장 자료 중 주목할 만한 진귀한 자료를 소개하는 전시실이다. '아카이브실'에는 한국의 역사가 살아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과 1917년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된 러시아 이주 한인의 노래는 희귀하고 중요한 음원이다.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넘어 헤드폰 너머로 들려온 “아라리오~”라는 구절은 너무 구슬펐다.
‘명인실’로 꾸며진 제6전시실에서는 전통예술의 명맥을 지켜낸 예인들의 유품과 활동에 대해 소개한다. 1940년대 이전 출생자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명인 중 국립국악원에 유품을 기증·기탁한 인물들을 23명을 중심으로 조명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국악을 조금 더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이전까지 공부한 악기를 직접 쳐볼 수 있는 기회다. 제7전시실은 국악기의 소리 나는 원리를 알아보고, 내 맘대로 악기를 편성해 보는 등 국악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체험실’이다. 친구들과 주사위를 던져 산조합주를 완성하는 등 직접 체험을 통해 국악을 접할 수 있게 했고, 악기 재료에 따른 음색의 차이와, 같은 노랫말이라도 지역과 음악 갈래에 따라 어떻게 달리 부르는 지를 알아보는 체험 등이 가능하다.
재개관한 국악박물관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국악박물관 3층은 향후 뮤직 라이브러리로 꾸밀 예정이다. 국악박물관을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라키비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국악박물관은 외국인들에게도 흥미로운 장소다. 관광객들에게는 테블릿 PC를 통해 오디오뿐만 아니라 영상 설명을 4개국어로 전달한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우리의 유산인 전통문화예술을 후세에 전하는 일은 책무이다. 계속 돼야 한다. 둘러봤는데 새로운 개념의 볼거리들이 많다. 앞으로 좋은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개관을 기념해 6주간의 전시 연계 특강도 마련됐다. 악당이반의 김영일 대표, 풀피리 명인 오세철, 정창관 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국립국악원 김희선 국악연구실장, 국립국악원 서인화 학예연구관과 송상혁 학예연구사가 국악박물관에서 공개하는 소리, 악기, 악보, 악서, 음반 속 숨겨진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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