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이 시대의 공익(公益 vs. 共益)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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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9-09-0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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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다시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경제를 통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요즘은 국내외적인 정치적 이슈가 너무도 많아, 어쩐지 4차산업혁명에 대한 내용은 한물간 옛 이야기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네 분위기 역시 시기가 시기인 만큼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애국적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려 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우려 역시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최근 페이스북이 제기했던 행정소송 판결에서 1년 3개월여 만에 원고 승소판결 즉,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 변경 조치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대해 국내통신가입자들 중 일부가 서비스 이용에 차질을 빚었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페이스북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언론을 통해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사건 초기, 국내 언론들은 다소 자극적 내용으로 페이스북은 물론 구글, 유튜브, 넥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Contents Providers: CP)와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와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 간 망 사용료 비교를 쟁점으로 다루었다. 망 사용료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한 사용료 개념으로 현재 동영상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유튜브가 통신3사에 지불하는 망사용료는 사실상 무료, 하지만 우리 기업 네이버는 700억원의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음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와 같은 내용만 보면, 글로벌 CP들이 국내 통신망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수조원대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통신망에 대한 비용은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며 ‘무임승차’ 논란을 제기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페이스북이 승리하면, 입법 미비를 거론하며 통신사에만 망 품질 유지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에는 글로벌 CP의 횡포를 막아 국민의 이득을 가져왔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는 판결 전, ‘공정한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준비중에 있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글로벌 CP의 횡포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에 있었다.

이는 마치 공정한 공익(公益)을 위해서라는 틀 안에서 당연히 글로벌 CP들도 국내 기업들처럼 돈을 내야 한다는 것으로 답을 정해 놓았던 것임을 의미한다. 일부 기사에서는 온라인 도로 통행세를 예로 들며, 외제차엔 안 받고, 국산차에게만 받는 셈이라며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왜 국산차인 네이버나 아프리카TV와 같은 기업은 이러한 비상식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진정 공정한 공익을 추구한다면, 글로벌 CP를 규제하는 법규를 제시하기보다는 통신사들이 국내 CP에 대해 요구하는 과중한 망 사용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제 글로벌 CP들이 국내에 설치해둔 캐시서버는 해외에 있는 서버까지 오가는 망 경로를 단축함으로써 국내 통신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임을 알고 있으며, 과중한 통행료만이 통신망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음에도 공익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인 오류를 스스로 밝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CP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활용은 우리 경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통신 인프라의 발달은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였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인식되었다. 콘텐츠에 대한 소비 방법 역시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였다. 과거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의도적으로 채널에 찾아가야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할 때 바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로 변화하였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은 기존 만들어져 있던 콘텐츠만을 소비하던 온디맨드를 넘어 앞으로는 나에게 맞춰 생산된 온디맨드로 확대될 것이다. 소비에서 생산으로의 온디맨드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며, 더욱 다양한 사업의 출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출현할 새로운 사업은 소비를 위해 사람이 찾아보던 콘텐츠에서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기계와 연결되며, 기계에 최적화된 콘텐츠 소비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된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소비패턴, 소비 시간대, 장르 등의 상세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되어 새로운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세상은 새로운 사업 및 CP들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은 신생 창업에 대한 의지를 꺾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4차산업혁명을 통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신생기업에게 신기술의 활용은 막대한 망 사용료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부여하고 받고 있는 것이다. 통신망의 품질 유지를 위해 공익이란 이름으로 CP들에게 책임을 부담시키기보다는 통신사 스스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네트워크 인프라의 활용이 공익적이어야 함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과 같은 망 사용료 규제에 대한 확대는 오히려 새로운 사업의 출현과 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장애물로 인식될 것이다. 현재 유튜브와 달리 네이버에서는 광고를 건너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막대한 망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한 기업의 궁여지책이라 생각되지만, 네이버의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이용자들은 유튜브 이용자에 비해 인터넷 사용 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하는 것과 같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과거 시장을 선점하였던 국내 UCC 사이트들이 망 사용료로 인해 일순간 사라지며 반사이익으로 유튜브가 성장하였고, 오히려 통신사는 유튜브로 인해 막대한 해외 망 사용료를 물게 되었던 것과 같은 현상을 다시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정치적 잣대에 익숙해져 편향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회사를 만들지 못하는 가를 묻기 전에 새로운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가 생성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때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공익은 사회전체의 이익(公益)을 위해 이익을 함께 하는 것(共益)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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