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바이러스 야생 멧돼지로 넘어가면 통제 불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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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9-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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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발병 초기 대책 후 확진 지역 늘어도 추가 대책 감감무소식

  • 전문가 "살처분 돼지와 멧돼지 접촉 차단, 폐사체 확인 시급"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야생 멧돼지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 전염에 따른 발병 소지가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양돈 농가와 전문가들은 발생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야생동물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발생한 후인 지난 18일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 전염에 의한 발병 우려가 낮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주변 농가는 신도시 인근의 평야여서 야생 멧돼지가 서식할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후 경기도 연천에서 ASF가 발생하자 해당 농가들은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연천 농가는 산 밑에 있어 야생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는 ASF에 감염된 북한 멧돼지가 임진강을 넘어 전파했을 가능성도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야생 멧돼지에 의한 전염 사례는 러시아 방목 농가에서 2건 보고된 것 외에 유럽과 아시아에선 보고된 적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야생 멧돼지 폐사체와 이상 개체 발생 조사, 사료 분석을 통해 ASF 감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25일 “ASF 발생 원인에 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데, 환경부에서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도 “잠복기를 고려하면 ASF 바이러스가 파주, 연천 이외의 제3 지역에서 여전히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야생 멧돼지 사체가 주변에 있는지 찾아내고 살처분한 사체와 멧돼지가 접촉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난 18일 야생 멧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밝힌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ASF 발생 농가 주변 약 20㎢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멧돼지 폐사체, 이상 개체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또 야생 멧돼지 포획 조치로 틀이나 장을 이용해 멧돼지를 잡도록 했다. 총기 포획은 중지하기로 했다. 총을 쏘면 놀란 멧돼지들이 날뛰며 이동이 많아져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ASF가 인천으로까지 확산하자 야생 멧돼지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환경부의 야생 멧돼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추가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해당 농가 출입 금지, 외부 음식물 제거 등 멧돼지 출몰과 이동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학과 겸임교수는 “ASF 바이러스가 멧돼지로 넘어갈 수 있고, 멧돼지로 넘어가면 통제할 수 없는 권역으로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며 “이동이 자유로운 멧돼지가 음식물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디로 확산할지 예측조차 어려워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양돈농가가 야생 멧돼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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