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5~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북한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이른 시일 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제안한 북한개발은행 설립안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개발은행 설립안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사상공단에서 열린 부산비전선포식에 참석한 당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한 개발은행 설립을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해달라"라고 건의했고, 이에 문 대통령 역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개발은행은 북한이 비핵화 이후 시장 개방 및 기반시설 개발을 본격 추진할 때를 미리 대비해 10조원 규모의 지원자금을 미리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후 부산시는 개발은행 설립과 관련해 구체화 작업을 수행해왔다. 개발은행 초기 투자금은 10조원 수준이며, 정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을 포함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이 기금 마련에 참여하도록 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부산시는 내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에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의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무대에서 이 사안을 공식 의제화하고 아세안 정상들의 지지를 기반 삼아 국제사회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세안 정상들이 다 같이 모인 국제무대에서 북한개발은행 설립을 공론화할 경우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북한에 전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북한개발은행 설립안을 공식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스톡홀름 노딜'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는 등의 상황을 고려, 우리 정부가 의제 설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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