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야구 한일전 패배는 분개하면서, 관광객 유치 한일전 패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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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입력 2019-11-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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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우리나라가 일본에 또 졌다. 지난 17일 일본에서 펼쳐졌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프리미어12' 결승전 얘기다. 한국 국가대표 야구팀은 분전에도 불구하고 6대8로 아쉽게 졌다. 전날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 이어 2연속 패배다.

한·일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패배의 아픔을 아직도 떨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결승전이 끝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그 분이 쉽게 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행업계의 입장에서는 이번 한·일전의 반응을 보며 '관광객 유치 한·일전'에는 무심하다는 게 조금 속상하다. 최근 5년만 따져보더라도 일본의 한국 방문객이 한국의 일본 방문객보다 많은 적이 없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2018년 한국의 일본 방문객은 총 2377만1787명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939만5649명에 불과하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2015∼2018년 사이 한국의 일본 방문객이 88.4% 증가했지만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6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 그 방문객 숫자보다 더 배가 아픈 것은 '씀씀이'다. 2015∼2018년 한국의 일본 방문객은 총 18조815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6조4453억원을 썼다. 금액으로 따지만 양국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올해 일본 여행 보이콧이 장기화하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의 일본 방문객은 30만8700명으로 전년 동월(59만3941명)보다 48% 감소했다. 지난 9월도 전년 동월(47만9700명) 대비 58% 준 20만1200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소폭 증가했다. 지난 8월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32만9652명으로 전년 동월(31만5025명)보다 4.6% 많아졌다. 지난 9월에도 일본의 한국 방문객은 25만1119명으로 전년 동월(24만7847명)보다 1.3%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실적도 한국이 일본을 이길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들이 최근 이슈화되고 있다. 국내 일부 업장에서 '일본인 출입금지'를 내걸며 방문객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가 하면, 차별적인 대우로 불편하게 만드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지난 8월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일본인 출입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건 부산의 한 식당 사진과 함께 '이것은 국가주의가 아니라 인종차별주의다(This ain't nationalism, this is racism)'라는 글을 남길 정도다. 그는 영국의 대학에서 한국학과 일본학을, 한국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마도 등 일본 내 일부 지역에서 '한국인 출입금지'를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례들을 무조건 비판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조금 더 영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어찌 됐든 이 시점에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 일본 내 방송, 서적, 신문 등이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상태에서 어쩌면 고마운 일이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이득이 많다. 당장 일본의 한국 방문객 한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평균적으로 쓰는 돈만 해도 약 7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고가 제품 하나를 수출하는 것보다 이득이 크다는 뜻이다. 국내에 친한파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은 양국 관계 개선에도 중요한 일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라는 표현이 있다. 과거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거리는 좁히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은 사실상 불가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 시국을 좀 더 현명하게 넘길 필요가 있다. 한류열풍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들이 잘 머물다 가게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국민들은 우리가 늘 하던 것처럼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된다. 기업과 정부는 서울과 부산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도시의 관광상품 개발과 지역 특색 활성화 등에 힘쓸 필요가 있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남는 장사를 하는 게 더 의미 있는 승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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