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전문가가 아닌 바보에 투자한다. 급속히 변하는 시장에서 과거 지식이나 경험의 유효기간은 급속히 짧아졌다. 지식에 기반해 가정·예측·계획하는 사업은 종말의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에 빨리 대응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곳만 살아남는다. 지식보다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더 중요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26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개최된 고벤처포럼에 참석해 ‘우리는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14년 설립돼 하드웨어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바이오메티컬 스타트업 120여 개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최초로 투자한 스타트업 비중 97%, 후속투자유치금 2000억원, 투자기업 총 기업가치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급속도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카테고리는 ‘first in class'다. 창업자들이 많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기존 사업모델 중 해볼 만한 아이템을 골라 조금씩 개선하는 방향성을 잡는데, 개선 사업은 대기업이나 무시무시한 기업이 잘하는 영역이다”며 “트랜지스터 연산속도는 2년에 2배씩 빨라진다. 하드웨어가 2배씩 빨라지고, 기술이 일자리까지 뺏어가는 상황에서 조금씩 개선하고 앉아 있을 시간은 없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어렵긴 하지만, 그 틈새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을 살펴보면 클라우드 기반 교육 퍼블리싱 및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산타’, 의료기기 멸균 포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라즈맵’, 주사기 바늘 자동 처리 시스템 및 의료기기 개발 서비스 업체 ‘뮨’ 등이 있다. 모두 자체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가진 업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요소는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는 “12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검토한 사업계획서는 3000개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가슴 뛰는 팀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기술이 좋은 경우가 아니고 현실의 문제를 인사이트(통찰력) 있게 제시했을 때다”며 “단순히 기술만 좋으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자신이 만들고, 시장에 나가서 환영받지 못한다. 특이한 시각으로 현장에서 깊게 파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내 솔루션이 맞는 것인지 파악하는데 모든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없는 불확실성의 세계. 창업가는 모험가이자 실험가, 혁신가만이 성공할 수 있는 고난의 길이라고 정의한다. 과연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바라보는 스타트업, 그리고 엑셀러레이터의 길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으로 완성할 수는 없다. 불안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조금씩 문제를 보완하는 역사가 스타트업이다. 큰 돈을 벌고 싶어서 사업을 하겠지만, 요즘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가 많다”며 “우리도 모든 투자에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성공 확률이 높아지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 간단한 법칙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런 투자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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