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당신의 프라이버시 가치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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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9-12-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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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올해의 시작이라며 산에 올라 아침 해를 맞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9년도 달력도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이 말은 올 한 해 하기로 했던 일들에 대한 마감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많은 중요한 안건들이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도 논란 중인 데이터 3법, 소위 개·망·신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우선 ‘개·망·신법’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예전부터 학생들이 말하는 줄임말에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지만, 이러한 작명능력에 대해서는 요즘 말로 정말 신박한 작명이다. 하지만 그 신박한 만큼 최근 이에 대한 논란에 있어서는 걱정이 큰 것 역시 사실이다.

개·망·신법, 즉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 만든 이 법은 여전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산업의 원유(原油)가 바로 데이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었다. 이 해당 법들이 개·망·신법이라 불린 측면에는 대통령의 이야기도 들어먹히지 못하는 우리네 현실을 비꼬는 말이었다.

해당 법들이 개·망·신법으로 불리기 이전에는 데이터 3법으로 본래 우리나라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의 규제 개정안이 담겨 있는 기대와 희망의 법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굴러가게 하는 기본이 되는 동력이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가 없이는 인공지능도, 로보틱스도, 자율주행자동차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 믿는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법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등에 대해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가명정보에 대해 개인의 동의 없이 제3자 제공을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신용정보법 역시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비식별처리한 뒤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용하지 못하고 쌓여 있는 내 데이터를 기업들이 활용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감이 크다. 사용되는 정보가 내 개인정보(privacy)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로 포장된 개인정보의 상업화 우려는 결국 시민단체를 움직였다. 이들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 명하며 정부의 강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름은 참 기가 막히게 잘 짓는다 생각하면서도, 이들의 주장 역시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갈등이 깊어질 수 있음이 염려스럽다.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생각해보면 법률상 명확한 해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우려처럼 상당히 많은 개인정보들이 상업·산업적 활용의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개정안을 반대해도 결과적으로는 개인정보도 보호하지 못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 활용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게 할 뿐인데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회의 입장에서 시민단체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다. 분명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공공의 이익이 아닌 기업의 이윤을 위해 건강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피해에 대해 국민만 우려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개정안에 비식별 처리를 강조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책임 부분을 기업에 법적으로 보다 강력하게 강제하는 것을 주문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실제 유출 및 침해 사고에 대해 회사가 우선적으로 책임지며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상향하였다. 이제 기업 역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대응과 대비가 필요하다.

실은 이러한 고민 역시 우리가 할 게 아닌데, 그 많은 시간을 당쟁에 휩쓸려 고민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양쪽의 주장에 가로막혀 있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국민이 있어야 당도 있고, 나라도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금 와서 누구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결론도 없이 또 시간만 한없이 계속 흘러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주장만 강조하기보다 조금만 생각을 돌려 비판보다는 해법을 찾는 데 힘을 써보자.
많은 분들이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하다 생각하지만 사실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의외로 당신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가치는 낮게 책정되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경품을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았던가? 밑에 적혀 있는 개인정보 수집 및 동의에 대해 한 줄이라도 읽어보고 체크했는가? 당장의 기대와 이익에 자신의 정보를 넘기지는 않았는가? 스스로 자신의 프라이버시 가치를 낮추는 이러한 행동을 되돌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부끄럽게도 본인은 물욕에 눈이 멀어 이러한 일이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제시된 가격과 인지 가치의 무게를 저울질한다. 예전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들(The Elements of Value)’이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글에서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래더링 기법(laddering technique)을 통해 소비자 선호에 관한 첫 진술로부터 파고들어가 그 선호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개·망·신법'은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지난달만 해도 해당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속타는 기업들의 사정들이 기사화되었다. 지금 실제 급한 건 기업들처럼 보인다. 지금까지의 준비와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급한 것은 우리 국민들일지 모른다. 해당 데이터 3법이 제때 통과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보다 편리하고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으며, 잘 설계된 온라인 비즈니스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쉽고 편한 상호작용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근저에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당장 우려보다 기술에 대한 선호가 더 크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지금 결정해야 한다. 마치 홈쇼핑의 쇼호스트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의 결정은 며칠 뒤 다시 앙코르를 하는 홈쇼핑이 아니기에 이번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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