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도시·부동산 전문가 단체인 ULI(Urban Land Institute)가 최근에 아시아 22개 도시에 대해 '2020년 아시아·태평양 부동산 이머징 트렌드'를 발표했다. 싱가포르와 도쿄·시드니·멜번 등이 유동성과 투명성이 높은 이유로 낙관적 전망순위 상위 5개 도시에 올랐다. 이들 도시는 2019년 전망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상위 10위권 시장에 속한 나머지 도시인 선전·상하이·오사카·광저우·서울도 투자와 유동성 규모에서 여전히 양호하다.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도시는 호치민이다. 과거 5년 동안 꾸준히 순위를 높여왔다. 기존 부동산에 투자하는 인기순위는 3위, 새롭게 신규 부동산을 개발하는 순위로는 1위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높다. 모든 자산 분야(오피스, 리테일, 주택, 산업물류, 호텔) 투자 전망에서도 아시아 시장 1등이다.
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을 자랑한다. 특히 젊은 노동력이 많아,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을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투명성은 약하고, 투자할 만한 대상 자산이 부족하며, 위험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 전문가들은 지금 너무도 많은 자금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주택사업은 고급 주택 위주로 몰려 있어, 중산층을 위한 적절한 가격의 주택공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다른 이머징 시장들은 투자 사이클상 투자 규모, 유동성, 자산가치 유지 등에서 약해지고 있다. 1년 전부터 이 같은 약세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머징 시장 중에 뭄바이와 방콕은 중위권에는 있지만, 마닐라,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는 하위권으로 뒤쳐졌다. 투자자들은 이머징 시장 투자 시에, 항상 주의하면서 다양한 부동산 장르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 경험적으로 이머징 시장의 경제가 어려워질 때, 유동성과 화폐 가치가 늘 취약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외국 투자자들이 우호적으로 장기적 투자 목적지로 삼는 시장이다. 일단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잡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인도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이 꽤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 분위기가 약해 인기순위에서는 다소 밀린다. 인도 부동산시장은 소수의 대형 플레이어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다. 외국의 폭넓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2급 도시들은 그동안의 과잉 투자 때문에, 베이징은 텃세 때문에 인기가 미약하다. 베이징은 선전과 광저우보다 시장 크기와 유동성이 좋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까다로운 곳이다. 부유한 국영기업들이 지배적으로, 부동산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사들이고 기약 없이 소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과 광저우는 중국 도시 중에 투자와 신규개발 순위에서 상하이만큼 앞서 있다. 두 남쪽 도시는 광동 9개 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경제특구인 GBA(Greater Bay Area)에 소속돼 혜택을 보고 있다. 거대한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면서 주장강 델타 일대의 교통망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곳이다.
홍콩은 투자와 신규개발 모두에서 바닥권에 있다. 민주화 거리 항쟁이 계속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줄어, 소매업과 호텔업은 충격에 빠져 있다. 오피스 공실률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중심상업업무지구(CBD) 부동산은 최근 몇 달 동안 거래가 거의 없어, 시장 가격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2020년 부동산 장르별 전망에서 호치민은 모든 분야에서 인기 선호 1위이다. 그런 가운데 오피스 시장에서 싱가포르의 인기가 높지만, 쿠알라룸푸르와 홍콩은 인기가 없다. 리테일은 마닐라가 좋고, 타이베이와 오클랜드는 불안하다. 주택은 방콕이 양호하지만, 쿠알라룸푸르와 홍콩은 파는 게 좋다. 산업물류 부동산은 광저우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고 홍콩과 타이베이는 힘이 없어 보인다. 호텔은 도쿄가 유망하며 뭄바이와 마닐라는 매각이 낫다.
서울은 투자 10위, 신규개발 12위로 아시아 시장에서 중간에 있다. 2011~14년과 2017~18년에 하위권으로 밀려났었지만, 2019~20년 전망에서는 중위권으로 복귀했다. 부동산 거래 규모는 2015년까지 연간 50억 달러 정도였지만, 그 이후 신규 빌딩이 늘면서 두 배가 넘었고, 2019년 전체로 120억 달러가 됐다. 2019년 상반기 거래 규모는 아시아에서 홍콩과 도쿄의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오피스 시장은 인기순위가 16위, 리테일은 17위로 쳐져 있다. 그만큼 수요대비 공급이 많아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모든 부동산 장르에 적용되는 합리적 잣대로 '수요 공급의 적절한 균형'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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